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희망 Sep 10. 2020

미얀마 네피도에서 외국인이라면 모두 호텔에 산다!

네피도로 파견되어 주거지 계약까지 

4월 21일 코이카 사무소를 마지막으로 방문하고, 나는 양곤에서 차로 5시간 떨어진 네피도 사람이 되었다. 네피도(Nay Pyi Taw)는 미얀마의 수도다. 2월 14일부터 약 66일 만에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온 것이다. 약 3개월 간 정든 사람들을 이제는 마음껏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프지만, 그렇다고 내게 찾아오는 삶의 여정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네피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구도심을 벗어 나면 푸른 농지로 가득하다 
미얀마의 모든 중앙정부 부처가 모여 있는 네피도,. 건물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출처: 구글)

내가 임시 숙소로 머물던 먓 또 윈(Myat Taw Win, 미얀마어로 ‘성스러운’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호텔에 이틀 동안 살아 보며 이곳이 내가 살 곳인지 고민했다. 이곳에 오기 전 나는 최대한 현지인과 가깝게 생활하고자 여기 오기 전에도 현지 집을 구할 궁리를 해 왔다. 사실, 네피도에 사는 외국인들은 호텔을 제외한 일반 현지 집에서는 거주가 불가능하다. 그게 규정이란다. 그런데 내가 있을 때 그 규정이 조금 느슨해진다는 얘기를 듣고 일반 집을 찾아다녔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호텔은 너무 호화스러워 봉사자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이곳에 와 보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가격이 일반 현지인들이 사는 주거지보다 두 배 이상이었지만 네피도에서는 호텔들이 곧 주거지의 연장선상임을 인지했다. 

내가 살던 호텔의 외관. 
내가 처음 사용한 밤. 이 방이 내 집이었다. 나중에는 방을 한 번 더 바꿨다(맨 오른쪽). (아마 쥐의 습격 사태 이후였던 듯ㅋㅋ)

네피도에는 호텔들이 밀집해 있는 호텔 구역(Zone)들이 따로 들어서 있는데 호텔마다 광대한 영토(울타리)를 가지고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한 호텔 당 직원이 100명은 기본이고, 현지 직원들이 호텔 내부 또는 근처에 주거하고 있어 다양한 계층이 모여 사는 마을이 조성되는 것이다. 먓 또 윈 호텔에도 약 10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호텔 내에서는 호텔 서비스 업무뿐 아니라 조경 등 다른 사업들도 운영되고 있는 듯 보였다. 숙소 근처 길을 따라 걸으면 호텔 직원들이 사는 주거지가 나오고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다. 여기서 나는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곳이 최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일주일 만에 호텔 장기 투숙자로서 8개월간의 주거 계약을 체결했다. 처음 미얀마에서 스스로 주거 계약을 맺고 비용 지불을 한 감회가 새로웠다. 그것도 미얀마 어로 모든 업무를 처리했다. 코이카 봉사단 활동을 통해 점점 나는 하나의 독립된 어른으로서 살아가는 법을 훈련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 보람차다. 


나는 이곳 호텔에서 거주하는 장점들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기본 시설 구비 (냉장고, 에어컨, TV, 침구류, 책걸상 등) 

안정적인 Wi Fi 연결 (나중엔 그리 안정적이지 않았지만...) 

전기세 및 수도세 면제

목욕 용품, 화장지 지급 

수건, 침구류 지급 및 교체  

매일 청소, 세탁  제공 

아침식사 제공  

매일 식수 2페트씩 지급

24시간 경비 및 보안 철저 

수영장 사용 가능  

대형 쇼핑몰과 근접 (바로 길 건너) 

호텔 정문에서 바로 길을 건너면 보이는 쇼핑몰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면 저지대라 지하수 수질이 안 좋은 것과 천장에 물이 새는 거였다. 

우기에는 호텔 부지에 물이 차서 물속을 걸어야 했지만, 이것은 추억으로 남았다. 

나의 화장실이자 샤워실 
호텔 부지가 너무 커서 이렇게 미니 차를 타고 다녀야 한다. 직원들은 언제든 나를 위해 운전해 줬다. 
방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와서 다 고쳐 주던 호텔 정비기사님들. 
살면서 딱 서너 번만 사용해 본 수영장. 때로는 여기서 아침 식사가 열리기도. 
아침식사 뷔페 때 종종 나오곤 하던 모힝가!!!! 호텔 직원들과 소통을 나눌 수 있던 아침식사에 행복했다
미얀마 현지 공무원이라면 꼭 들고 다니는 스테인리스 도시락. 나도 오자마자 하나 장만했다 ^^  
8월 폭우로 잠긴 호텔 방 밖 마당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