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피도로 파견되어 주거지 계약까지
4월 21일 코이카 사무소를 마지막으로 방문하고, 나는 양곤에서 차로 5시간 떨어진 네피도 사람이 되었다. 네피도(Nay Pyi Taw)는 미얀마의 수도다. 2월 14일부터 약 66일 만에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온 것이다. 약 3개월 간 정든 사람들을 이제는 마음껏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프지만, 그렇다고 내게 찾아오는 삶의 여정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내가 임시 숙소로 머물던 먓 또 윈(Myat Taw Win, 미얀마어로 ‘성스러운’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호텔에 이틀 동안 살아 보며 이곳이 내가 살 곳인지 고민했다. 이곳에 오기 전 나는 최대한 현지인과 가깝게 생활하고자 여기 오기 전에도 현지 집을 구할 궁리를 해 왔다. 사실, 네피도에 사는 외국인들은 호텔을 제외한 일반 현지 집에서는 거주가 불가능하다. 그게 규정이란다. 그런데 내가 있을 때 그 규정이 조금 느슨해진다는 얘기를 듣고 일반 집을 찾아다녔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호텔은 너무 호화스러워 봉사자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이곳에 와 보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가격이 일반 현지인들이 사는 주거지보다 두 배 이상이었지만 네피도에서는 호텔들이 곧 주거지의 연장선상임을 인지했다.
네피도에는 호텔들이 밀집해 있는 호텔 구역(Zone)들이 따로 들어서 있는데 호텔마다 광대한 영토(울타리)를 가지고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한 호텔 당 직원이 100명은 기본이고, 현지 직원들이 호텔 내부 또는 근처에 주거하고 있어 다양한 계층이 모여 사는 마을이 조성되는 것이다. 먓 또 윈 호텔에도 약 10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호텔 내에서는 호텔 서비스 업무뿐 아니라 조경 등 다른 사업들도 운영되고 있는 듯 보였다. 숙소 근처 길을 따라 걸으면 호텔 직원들이 사는 주거지가 나오고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다. 여기서 나는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곳이 최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일주일 만에 호텔 장기 투숙자로서 8개월간의 주거 계약을 체결했다. 처음 미얀마에서 스스로 주거 계약을 맺고 비용 지불을 한 감회가 새로웠다. 그것도 미얀마 어로 모든 업무를 처리했다. 코이카 봉사단 활동을 통해 점점 나는 하나의 독립된 어른으로서 살아가는 법을 훈련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 보람차다.
나는 이곳 호텔에서 거주하는 장점들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기본 시설 구비 (냉장고, 에어컨, TV, 침구류, 책걸상 등)
안정적인 Wi Fi 연결 (나중엔 그리 안정적이지 않았지만...)
전기세 및 수도세 면제
목욕 용품, 화장지 지급
수건, 침구류 지급 및 교체
매일 청소, 세탁 제공
아침식사 제공
매일 식수 2페트씩 지급
24시간 경비 및 보안 철저
수영장 사용 가능
대형 쇼핑몰과 근접 (바로 길 건너)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면 저지대라 지하수 수질이 안 좋은 것과 천장에 물이 새는 거였다.
우기에는 호텔 부지에 물이 차서 물속을 걸어야 했지만, 이것은 추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