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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두달홍천살이 Sep 23. 2020

미얀마 네피도를 내 손 바닥 안에!

나 홀로 현지적응기

익숙해진 양곤 도심을 떠나, 시골 같은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된 후, 홀로 현지 적응이 시작됐다.


사무소가 위치한 정부부처 건물 바로 오른편에 미얀마 국립박물관이 있어 점심시간을 활용해 다녀왔다. 친절한 관리 직원의 가이드로 1시간 안에 전체를 돌아볼 수 있었다. 양곤 국립박물관의 열악한 전시환경을 생각하고 갔던 나는 화려하고 체계적인 전시 시설에 깜짝 놀랐다. 미얀마의 원시시대, 고대 국가 역사, 전통문화예술, 공예, 근 현대 역사 및 미술품 등 그 범위가 광범위했다. 거의 대부분의 전시 설명이 영어로도 적혀 있었다. 다만 지리적 접근성의 한계로 이렇게 한 국가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물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국립박물관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퇴근 후에는 마웅 마웅의 도움으로 차를 타야지만 갈 수 있는 네피도 곳곳을 방문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분수공원인데 저녁마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분수 쇼가 열리고 있었다. 가족 단위로 주민들이 나들이를 나와 즐기는 모습이 화목해 보였다. 그다음으로는 네피도에서 대표적인 재래시장 다베곤, 묘마 시장을 방문했다. 출근할 때 입을 미얀마 전통 의상과 제철 열대 과일을 구매한 후, 갖가지 길거리 음식들을 사 먹으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파악했다. 네피도, 아무것도 없는 도시는 아니었다. 도처에 사람들의 삶이 보여 이제 나의 마음은 평안하다. 내가 정을 느끼고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터전이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에는 사무소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구도심, 핀마나라는 장소를 탐방했다. 핀마나(Pyinmana)는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 구의 도시로 약 1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네피도는 2008년 군부 출신 독재자였던 딴 슈에 장군의 계획으로 새롭게 건설된 수도다. 미얀마의 행정 수도는 2005년 11월 6일에 공식적으로 핀마나에서 서쪽으로 3.2km 떨어진 네피도로 이전되었다. 이 당시 핀마나 주민들의 노동력이 많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핀마나는 네피도가 생기기 전부 존재한 오래된 도시다. 2차 대전 때 핀마나는 버마 독립군의 근거지였다. 이곳에서 병사와 장군들은 훈련을 받았다. 이 당시 보족 아웅산 장군이 그 중심에 있었다. 이후 버마 독립군은 입장을 바꾸어 연합군을 도움을 받아 일본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여 버마족의 승리를 이끌었다. 핀마나는 버마 육군의 거점이 되었고 버마인의 승리의 상징적인 땅이 되었다. 핀마나 중심의 샨 호수 앞 광장에는 보족 아웅산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면 그 상징성을 알 수 있다.


시내로 걸어 들어가면 마치 양곤의 중심을 걷는 것처럼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곳에는 자동차를 모는 사람보다 오토바이를 모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미얀마 서민층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곳곳에는 오토바이 택시기사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며칠 전 운전기사 마웅 마웅의 도움으로 핀마나의 한 가게에서 자전거 한 대를 구매했다. 미얀마 자전거 시장은 대부분 일본, 중국, 한국산 제품을 취급하는데 그중 한국산, 일본산이 제일 으뜸이라고 한다. 새 자전거를 사는 사람은 드물고 대부분 일본에서 온 중고 부품을 새롭게 조립하여 만들어진 재활용 (새) 자전거를 탄다. 가격은 7-9만 짯 대다. 거기다 모터를 달아 자동으로 움직이는 모터 자전거도 인기가 좋다. 먼 길을 자전거로 통학, 통근하는 미얀마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교통수단이 되어 준다. 나는 일본산 (중고 부품) 자전거를 골랐다. 기어가 있는 것을 조건으로, 8만 5천 짯에 구매했다. 거기에 바구니, 라이트, back seat, 벨 등을 장착하니 그럴듯한 자가용이 되었다.


나는 이곳에서 최대한 독립하는 법을 배워가고 싶다. 경제적 독립은 현재 시험 단계에 있고, 스스로 입고 먹는 것에서부터, 이동하는 것까지 최대한 내 힘으로 해내고 싶다. 그 과정에 이 자전거가 나와 함께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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