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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두달홍천살이 Sep 23. 2020

나의 사랑, 미얀마에 보내는 편지

미얀마를 떠난 후

나의 사랑하는 미얀마에게
미얀마야 안녕, 나야 너를 너무 좋아하는

한국인 여자 허은희.


벌써 우리가 서로 헤어진 지

1년 반이 훨씬 넘었구나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너에게 확실한 약속을 할 수 없는

지금이 나는 너무 슬프구나.
너도 나를 떠나보내 슬퍼할까?
 
2018년 1월, 미얀마에서 돌아 온 뒤부터 미얀마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 나는 정말 노력했어. 미얀마에서 활동하는 직장들을 찾아 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봤지. 실패를 많이 했어. 너랑 점점 더 멀어지는 것만 같아서 슬펐어. 하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 미얀마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고, 페이스북에 나만의 페이지도 만들어 미얀마 친구들과 소통했어. 미얀마가 아닌 한국에 있을 때 미얀마어를 쓸 줄 아는 능력이 생겼어! 신기하지? 그래서 사랑에 대해서는 거리가 중요하지 않나 봐. 한국에 있는 동안 미얀마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졌으니까. 그러다가 양곤에 있는 한 한국 NGO 단체에 합격해서 8월에 행복한 마음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어.


2017년 처음 너에게 오게 되었을 때 나는 너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 무조건 해외에 나가서 살면서 일을 해보고 싶어 봉사단 프로그램에 지원했는데, 미얀마에 있는 일을 선택하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서 널 선택했어. 그리고 합격했을 때, 이제부터 미얀마는 내게 특별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었지. 한국에서 미얀마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어. 한국인이 쓴 책을 사서 읽었어.


미얀마는 남한보다 6.5배 이상 큰데, 국민 수는 5천만 명 정도로 비슷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처음에 ‘야, 미얀마 정말 땅 부자구나. 최고다.’ 하고 생각했었지.


미얀마에는 135개가 넘는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는데,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고, 나라의 문을 연지 얼마 안 된 국가라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했어. 한국과는 다른 국가라는 이유로 내가 가게 될 미얀마가 무조건 좋았어. ‘왜 미얀마가 좋아?’라고 물어보면 아직 대답은 할 수 없었지.


미얀마를 한국에서는 ‘인연의 나라’라고 하는 거 알아? 불교의 믿음처럼, ‘서로 인연이 있어야만 방문할 수 있는 국가’라는 뜻이야.


사실 나는 2013년에 미얀마를 여행으로 처음 방문했었어. 10일 동안이었나? 내가 일한 단체에서 동남아시아 여행을 하는데 그중 한 국가가 미얀마였어. 그때 만달레이, 바간, 껄로, 인레호수를 가봤어. 그때 내 마음 상태가 좋지 않았거든. 그래서 많은 것들을 보고 기억하지는 못해. 8월이었는데 엄청 덥고 햇빛이 따가웠던 만달레이의 거리를 걷고, 나일론 아이스크림을 먹고, 바간에서는 마차를 타고 많은 사원들을 방문했고, 껄로에서는 빗 속에서 트레킹을 하고, 인레 보트를 탔던 기억이 나. 만달레이에서 아침에 몇 백 원밖에 하지 않지만 정말 맛있는 국수를 먹었는데, 그때는 그게 ‘모힝가’인지 나는 몰랐어. 미얀마에 왔지만 손님처럼 잘 알지 못하고 돌아갔지.


이제 나는 너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어. 너의 역사, 문화, 음식, 멋진 장소들에 대해서 알고 있지! 그리고 미얀마어도 잘한다? 어디 가면 사람들이 나를 미얀마 사람인 줄 알 때도 있어. 나도 내가 이렇게 영어 말고 다른 외국어를 할 수 있게 될 줄 몰랐어. 내가 가장 잘한 일은 미얀마어를 배운 거야. 네가 사는 세상의 언어를 배우면서 너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되었어.


나는 여기서의 내 임무가 끝나 한국으로 돌아가지만, 새로운 인연으로 우리 다시 만나길 소원할게. 그때는 너와 함께 성장할, 보다 원대한 꿈을 가지고 돌아올게. 안녕, 나의 소중한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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