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째 취미 아카이빙을 쓸 수 있었던 이유
처음 노션을 알 게 되었을 때의 내 반응과 지금 나의 활용도를 비교해 보면 완전히 극과 극이다. 한 IT 스타트업에서 잠시 근무할 때 협업 툴로써의 노션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노션이 너무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전 회사에서 MS프로그램으로 모든 문서를 처리하던 나였기에 노션은 프로그램의 깊이가 가볍고 너무 'MZ'스러워 나도 모르게 한숨을 몇 번씩 쉬곤 했다. 근데 그 회사에선 모든 직원들이 그걸로 일을 한다고 하니 피할 방도가 없었다. 근데 그것도 조금 적응하고 나니 노션도 장점이 꽤 많았다.
다행히(?) 지금 다니는 회사는 MS프로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협업이나 문서 작업용으로 노션을 쓸 필욘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노션을 쓰고 있는데, 오로지 개인 용무를 위한 업무 다이어리로서 활용하고 있다. 노션은 웹페이지처럼 구성할 수 있어 문서의 뎁스(depth)를 구분하기 쉽고, 일정 관리에 있어서도 보다 간편하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업무 다이어리보다 내가 더 공들여서 활용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취미 정리 아카이브이다. 나의 취미 아카이브를 소개하며, 취미를 노션 기록으로 남겼을 때의 장점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 기록의 부담감이 적어진다.
새해 다짐으로 '다이어리 꾸준히 쓰기'를 결심하고 작심삼일로 끝난 경험이 있는가? 일단 나 역시 그런 경험이 허다하다. 그런데 이 노션을 활용한 취미 아카이브만큼은 벌써 1년이 넘게 지속하고 있다. 그 비결은 노션의 카테고리 기능을 활용해 기록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에 있다.
일단 데이터베이스에 어떤 카테고리로 구성할 것인지 정해놓고 나면 그다음은 콘텐츠나 취미 활동을 할 때마다 카테고리에 맞춰서 추가만 하면 된다. 나는 주로 선택 속성을 활용해서 표를 만들어 놓고, 그 뒤로는 설문지 체크하듯이 내용을 기록한다. 양식을 한 번 만들어 놓고 나면 기록을 완료하는 데에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으니 부담감이 적어진다. 마치 영화나 책을 감상한 뒤 '이 작품은 어땠나요?' 하고 과거의 내가 만들어둔 설문지에 답하는 기분이다.
2. 통계를 내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다.
나는 매년 연말이면 개인 블로그에 '콘텐츠 연말 결산'을 올린다. 벌써 햇수로도 5회 차가 넘었는데, 노션을 쓰기 전에는 한 해 동안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어떤 영화를 보았는지 기억하기 위해 영화 예매 기록을 뒤지거나 카드 결제 내역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노션을 활용하면서 이런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특히 '차트'보기 기능을 활용하면 나의 취미생활을 한눈에 통계적으로 리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차트 보기로 2025년 1월 1일부터 지금(2025년 3월 중순)까지의 취미생활을 돌아보면 영화 9건, 시리즈물 6건, 책 4권, 콘서트 2번, 뮤지컬 1번을 감상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새해 다짐이었던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를 아직까지는 실천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이렇게 노션을 활용하면 중간 점검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3. 사실 그냥 예뻐서 좋다.
노션으로 아카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데이터베이스를 생성하고, 보기 방식을 정해야 한다. 나는 표, 갤러리, 차트의 세 가지 보기 형식을 사용하는데, 특히 갤러리 보기 형식으로 두고 보는 것을 좋아한다. 메인 이미지가 미리 보기로 뜨기 때문에 포스터나 표지를 포함하여 본문을 작성하면 타이틀과 함께 미리 보기 이미지가 함께 뜬다. 이러한 이미지를 포함한 레이아웃 덕에 콘텐츠에 대한 소감과 생각을 단순 텍스트 형식이 나열된 보기보다 좀 더 쉽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실 소감은 둘째 치고, 레이아웃 디자인 자체가 깔끔해서 보기만 해도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노션은 내가 처음에 그랬듯 아예 처음 만져보는 사람에겐 정말 낯설고 불편한 도구일 수 있다. (왠지 브런치 유저분들은 나와 달리 처음부터 잘 활용하셨을 것 같다.) 하지만 병렬적으로, 휘발성 강한 취미 소비를 하다가 노션을 통해 아카이빙 하면서 얻게 되는 만족감은 생각보다 크다. 이러한 작지만 간단한 기록들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돌아보며 조금 더 삶을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