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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현명하게 살고 싶다면 철학자들과 작별 하세요

#프롤로그 12년 간 철학을 공부하고 인문학 책을 내고 깨달은 점


요즘은 좀 더 살았다는 이유로 인생 조언을 하면 바로 꼰대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공부를 많이 한 교수님들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죠.


"그건 교수님 젊을 때나 먹히던 이야기지, 지금은 달라요"라는 말이 이내 돌아옵니다.



나와 같은 입장이 아니라면
내 삶에 참견하지 말라




생각이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있는데요.


몇 천년, 몇 백 년 전에 남긴 철학자들의 말들이 '꼭 간직해야 할 인생 명언'으로 지금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겁니다.


어떤 이들은 먼 옛날에 살았던 철학자들을 산채로 박제해서 우리 마음속 인생 멘토 삼고, 그들에게 지금 내가 겪는 문제의 답을 요구합니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드라마틱하게 변할 줄 몰랐던 철학자들을 강제로 부활시켜서 우리 시대에서 잘 사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거죠.


과거 철학자들의 말에 따라 살면 더 지혜롭게 살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제가 누구보다 진심으로 철학자들을 인생 멘토로 섬기며 살았던 사람이기 때문이죠.




10년 넘게 철학을 공부하며

인생 멘토로 삼은 철학자들




저의 첫 인생 멘토가 되어 준 철학자는 『명상록』으로 유명한 로마의 황제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였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121년 4월 26일 - 180년 3월 17일) 로마 제국의 제16대 황제, 스토아학파 철학자


그는 이성적인 인간 그 자체였습니다.


요즘 말로 한다면 'T'의 표본이죠.


외부 세력들의 침략으로 도시가 파괴되고 백성들이 죽어나가는 전쟁통 속에서 그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일기를 썼는데요. (이 일기가 후에 명상이란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그의 일기에서는 판단력을 흐트러트리는 온갖 상념들을 물리치고, 엄격한 이성적 판단에 따라 살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냉철한 로마 황제의 일기는 "대학이 너의 인생을 결정짓는다"는 슬로건을 두고 치열하게 벌어지는 입시 전쟁에서 힘겨워하던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죠.


그때부터 저는 이성적인 삶을 강조하는 철학에 빠져들었습니다.


저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고대 로마의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에서 근대 데카르트로 옮겨 왔습니다.


르네 데카르트(1596년 3월 31일~1650년 2월 11일) 프랑스의 대표적 수학자, 근대 철학자


인간 참과 거짓을 구분할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다고 말하며


이 세상 모든 걸 의심해도
'생각하는 나'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의심할 수 없다!



라는 명제를 철학의 제1 원리로 선언한 데카르트는 인간의 품격을 한 층 끌어올려줬습니다.


데카르트의 결연한 문장을 은 그날, 저는 온몸에 전율을 꼈어요.


철학을 공부하는 제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끼며 '철학 뽕'에 심취했던 순간이죠.


그때부터 저는 데카르트를 비롯한 이성주의 철학자들을 인생 멘토로 삼았습니다.


냉철한 이성으로 어떤 상황이 와도 참과 거짓, 옳고 그름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으로 살겠다고 다짐했죠.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 뒤, 이 다짐은 보기 좋게 허물어져 버렸습니다.


군 입대를 앞두고 "군대 가면 누구나 다 똑같이 행동하게 돼 있다"라는 말에 정면을 맞서보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군대의 악습을 그대로 따르지 않을 거라고, 옳지 못한 부조리가 있다면 그걸 꼭 바꾸고 말 거라는 다짐을 하고 들어갔죠.


군대는 정말 신기한 공간이었습니다.


계급에 따라 할 수 있는 들이 모두 나눠져 있었죠.


세탁실, 체력단련실과 같은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건 물론 배급받는 음식의 양, 이용할 수 있는 건물 계단, 심지어 잠을 자는 자세까지 모든 게 계급에 따라 정해졌습니다.


계급별로 촘촘하게 정해진 행동 양식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도구로 이용됐죠.


저는 이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걸 대가로 간부들과 선후임들에게 인정을 받아 불합리한 것들을 없애 힘을 갖겠단 획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전역할 때쯤 스스로를 되돌어보니 결국 저는 군대의 부조리한 규칙을 유지하는데 기여한 사람이었습니다.


인정받기 위해 따랐던 군대의 부조리한 규칙들에 젖어 들어 결국 입대할 때 갖고 있었던 비판적인 의식을 까맣게 잊어버린 거죠.


나라는 인간은 냉철한 이성으로 높은 이상을 추구할 수 있는, 그런 그릇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자각과


인간이란 존재들은 처한 상황에 따라 갖고 있는 신념과 가치관을 얼마든지 내다 버린다는 사실을 군대라는 작은 사회에서 경험하면서,


저는 이성주의 철학자들을 떠나보냈습니다.


이성적 판단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인간을 지나치게 대단한 존재로 보는, 순진한 상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던 거죠.


본격적으로 철학을 전공하며 이성주의 철학자들의 빈자리 철학자들이 닿을 수 없는 진리를  헤매얼마나 한심한 일을 벌였는지 고발한 니체 워졌습니다.



니체는 인간이 가진 생명력의 근본적인 작동 방식은 약한 것을 나의 지배 아래 두려고 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니체는 유약하고 야심이 없어 평등과 평화를 외치는 것만 할 수 있는 약자들을 '좋은 사람'으로,


투쟁심을 갖고 더 위대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강자들을 평등을 무너트리는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는 민주주의 '인간을 하향평준화하는 한심한 시스템'이라 비판했습니다.


 니체의 시선은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믿으면서도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피 터지는 경쟁이 일어나는 한국 사회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도와주었죠.


그러나 어느덧 우리는



"인간은 절대 평등하지 않다"

"한심하게 살고 싶지 않으면
당장 더 많은 돈을 벌어라"




이런 말이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지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동정심 때문에 개인들이 유약해질까 봐 걱정했던 현대 철학자 니체와도 이제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이 온 거죠.





철학자를 만나면 그를 죽여야 하는 이유

인생 멘토를 떠나보내면 남는 것




인생 멘토로 삼았던 과거의 철학자들과 작별해야만 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남기고 이미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죠.


"위대한 철학자들은 시대를 아우르는 지식을 갖고 있었을 거야"라는 기대로 철학자들이 남긴 말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여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아무리 영민하다고 해도 그들은 지금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른 세상을 살다 갔으니까요.


맞는지 틀린지 따져볼 생각도 없이 그들의 말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거리 우리의 태도가 "철학은 듣기는 좋지만 현실에서는 쓸모는 없는 이야기를 하는 학문이야"라고 편견을 갖게 만든 원인일지 모릅니다.


가득 찬 잔에는 아무것도 담을 수 없는 것처럼, 모든 변화는 가진 걸 버리는 데서 시작합니다.


아무 의심 없이 내 인생 멘토로 자리 잡은 철학자들을 떠나보내고 "이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무지를 마주할 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지혜를 찾아 나설 수 있습니다.


이번 연재 브런치북 <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에서는 두 가지를 목표로 합니다.


첫 번째로 대중적으로 잘못 알려져 본래와는 다른 모습의 인생 멘토로 자리 잡은 철학자들을 떠나보낼 것이고,


두 번째로는 시대에 뒤처져 인생 멘토로 삼을수록 우리 삶을 더 힘겹게 만드는 철학자들을 떠나보낼 것입니다.


이제는 모진 마음으로 쇼펜하우어, 플라톤, 니체, 데카르트, 석가모니,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등 그동안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 준 철학자에게 작별을 고할 때니다.


아직도 철학 고전을 인생의 지침서로 여기는 분

철학자들의 조언이 왜 현실에서 쓸모없는지 궁금한 분

교과서에서 듣지 못한 철학자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한 분


이런 분들에게 이번 연재 브런치북을 추천드립니다.


그럼 11월 6일 다음 주 월요일에 첫 화, [쇼펜하우어 말 믿고 까칠하게 살면 바보 됩니다]로 돌아오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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