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저녁을 거르고 잤더니 아침이 고팠다.
민박집 조식이 9시부터인데 일찍 잠이 깨어 위장이 배고프다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밖에선 어묵 볶는 냄새와 미역국 냄새가 배고픔을 더욱 부추긴다. 오늘 갈 일정을 보고 씻으며 배고픔을 달랬다. 드디어 식탁 앞. 흰밥 미역국 어묵볶음 김치 달걀부침 진수성찬이었다. 아 멕시코 아침을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으나 너무 맛난 아침을 먹었다.
오늘은 테오티우아칸을 간다. 민박집에 손님들이 두고 갔다는 밀짚모자가 많았다. 원하는 것을 쓰고 다녀와도 좋다는 민박집 사장님의 말에 우리는 각자 하나씩 골라 쓰고 길을 나섰다.
우버를 타고 테오티우아칸으로 출발. 시내를 지나고 고속도로를 타고 피라미드 유적지로 고고~~
푸른 하늘, 초록 물결 거리 울퉁불퉁 돌길을 달려 도착한 입구에는 제법 사람이 많았다.
여행 왔다는 것이 실감 되었다.
이집트 피라미드의 경우 사막에 있어 동서남북이 확 트여 저기가 피라미드 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데 이곳은 입장료를 끊었는데도 피라미드가 보이지 않는다. 해의 신전 달의 신전으로 가는 길은 초원이었는데 크고 멋진 선인장들이 위엄을 뽐내고 있었지만, 그늘은 없었다. 태양을 피할 수 있는 아침에 얻어쓴 밀짚모자가 도움이 되었다.
초원을 걸어 도착한 해의 신전. 정교한 돌담 쌓기와 가파로 보이지 않는 계단 속에 숨어진 정상. 우리는 꼭대기에 올라갈 줄 알고 나는 갈 건데 너는 안 갈래 하며 왔는데 못 올라간단다. 언제부터 막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현실은 올라갈 수 없어 아쉬웠다. 안정감 있는 경사각 높기만 한 것이 아닌 옆으로 넓어서 주는 안정감 키 큰 나무 선인장과 키 낮은 들풀들 주렁주렁 달린 열매들 나무에 핀 자잘한 노란 꽃 붉은 열매 쾌적한 날씨 태양과 신선한 바람.
이 만족스러움은 여행을 최고로 끌어 올려주는 엔도르핀이 되었다.
심장을 제물로 바쳤던 달의 신전. 그런 말을 들어서인지 태양의 신전을 볼 때와는 다른 왠지 우울하고 엄숙한 느낌이 들었다. 산자를 제례에 쓰던 고대의 신앙? 은 어떤 것일까? 자문해 보면서 죽은 자의 거리를 걸을 때 우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거리를 걸어서 저 높고 많은 계단을 오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믿음으로 하는 일이라 나처럼 복잡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진을 찍는데 키가 큰 백인 여성 두 명이 다가왔다. 이례적 인사로 어디서 왔냐고 묻더니 우리 일행을 함께 찍어 줄 테니 자기 둘도 좀 찍어 달라고 했다. 독일에서 온 대학생이라 하는데 카메라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알아서 취해 재미있었다. 반면에 우리는 몇 컷의 사진에도 뻣뻣한 똑같은 포즈로. 동서양의 차일까? 연륜의 차이일까?
나오는 길목에 사람이 살았던 집 구조의 유물이 있었는데 잘 알지 못해 궁금했다. 찾아보지도 못하고 왔고, 자유여행이다 보니 보기만 하고 잘 알고 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유적지를 갈 때는 공부를 하던가 해설사를 부탁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