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몽에이드 Feb 24. 2024

노안과 적응 중입니다

"노안이세요. 글자 보시기 불편하지 않으세요?"


"글자는 괜찮고요. 눈이 뻑뻑해서 깜빡이기 힘들어요. 이물감도 심하고요."


"불편하지 않으면 안경이 필요 없겠네요. 불편할 때 오세요."


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할 때였다. 차도가 없어 대형 안과에 갔더니 이것저것 사전 검사가 많았다. 긴 검사 끝에 선생님과 대면했을 땐 이렇게 서로 다른 말만 하다 나왔다. (소통이 되지 않은 이곳은 노안이라는 것만 확인하고 안구건조증은 다른 안과에서 치료받았다.) 글자를 보는 것은 불편하지 않았지만 곧 불편해지라는 것을 알고 있다. 또래 친구들과 지인들이 이미 노안을 호소하고 맛집에 입장 차례를 기다리는 것처럼 나에게도 반드시 올 것이다. (맛집 입성처럼 신나는 일이 아니지만) 



책을 읽을 때 이전과 다른 불편한 문제는 작은 글자가 아니라 행간이다. 행간이 좁고 성경과 같은 빽빽한 글을 볼 때 편안한 집중력으로 읽기 힘들다. 눈의 피로가 이전보다 빠르게 오고 있음 느낀다. 그게 노화라고 보면 그렇게 볼 일이다. 며칠 전 책을 주문했는데 받고 보니 책이 A6(105X148) 사이즈였다. 귀엽다고 웃을 만도 한데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차올랐다. 책이 이리 작으면 그 안의 글자들은 얼마나 작고 조밀할까 싶어서이다. 이 피로감이 자체가 노안인 것이다. 



노안은 눈에 있는 수정체의 탄력이 감소되어 가까이에 있는 물체의 초점을 잘 맞추지 못하는 현상이다. 
<위키백과> 



요즘은 스마트폰 사용과 전자기기의 확산으로 인해 노안 증상 발병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노안이라고 불리는 것도 생각할 만큼 20대, 30대 '젊은 노안'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 수정체가 탄력이 떨어져서 굳어진다는 것을 들으니 몸의 각 부분의 유연한 움직임이 이렇게 중요하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과다한 전자기기 사용, 자외선 노출, 미세먼지, 안구건조증인 환경적인 요인에 대한 안구 보호가 중요하니 우리 애들을 생각할 때 남 얘기가 아니다. '100세 시대라지만 건강한 수명을 바라기엔 환경이 협조하지 않는구나.'



- 40대 이상이다.
- 휴대폰의 문자메시지가 흐릿하게 보인다.
- 신문이나 책을 읽을 때 보는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 근거리 작업 시 눈을 찡그리거나 비빈다.
-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번갈아 볼 때 초점전환이 늦어진다.
- 글을 읽을 때 처음엔 잘 보이다가 흐려지며 두통이 온다. 
- 어두운 환경이나 몸이 피곤할 때 현저하게 시력 저하를 느낀다.  

이 중 3가지 이상 해당 된다면 노안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노안 자가 진단테스트, 밝은 세상 안과> 



최근에 야간 운전이 어렵다. 어두울 때 빛 번짐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고도근시로 라섹수술을 한 이력이 있어서 어느 정도의 빛 번짐은 적응하고 있었다. 안경, 렌즈와 작별하고 만난 빛 번짐은 잘 보이는 세상의 행복과 바꾼 대가지불이다. 빛 번짐이 안구건조증 때문에 심해진 알았는데 노안이었다. 어둠은 어둡게 보이지 않고 흐려진 빛은 어디가 시작과 끝인지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이쯤 하니 노안을 받아들이기 씁쓸해지면서 겸허해진다. 나이가 들고 늙고 있다는 것에 대한 묘한 숭고함과 시간에 대한 저항심 그 어딘가에 있는 기분이다. 인생이 무르익고 분별 있는 진정한 어른을 기대하면서도 젊음을 질투하면서 안간힘으로 시간에 버티는 속물 두 모습 다 만난다. 몸부림치지만 힘을 주면 줄수록 부러지게 돼있다. 약함을 깨닫고 몸의 힘을 빼면 오히려 편안함이 찾아온다. 괜한 힘겨루기는 나만 지칠 뿐일 뿐. 운동을 할 때 몸의 힘을 빼는 것이 제일 어렵다고 한다. 과한 힘의 쏠림은 적절한 근육을 발달시킬 수 없는 것이다. 



어쩌겠는가.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쉽고 편안에 이르는 방법인 것을. 



의기소침과 노여움을 내려놓으니 비로소 감사하는 마음이 온다. 그동안 눈의 수고로 지식과 재미, 경험, 감동을 책으로 만났다. 문득 대학교 수업을 위해 쌓아놓고 읽었던 (읽어야만 했던) 북탑이 생각난다. 그땐 힘들고 괴로웠는데 돌아보니 눈이 다 잘 읽고 버텨줘서 감당했다. 이제껏 불편함 없이 밤 길 잘 운전하면서 다녔다. 오히려 밤운전이 차도 없고 집중도 잘 되어 더 잘 되었던 거 같다. 너무 당연해서 감사하지 못했던 순간이 고맙게 다가온다. 절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내려면 에너지를 분배해야 한다. 눈의 피로도가 빠르게 찾아오니 쉬는 시간에 보았던 유튜브 영상들, 인스타그램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아, 내 도파민...) 자극은 필요한 것 안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다 할 수 없다. 노안에 적응하면서 더 밀도 있는 집중과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는 방법을 찾아간다. 감사하게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찬찬히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 이미지 출처는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2024 호주오픈 위너는 22살의 야닉 시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