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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에이드 Mar 30. 2024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의 3월  

정말로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진주알들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빨강머리 앤-

3월은 조용히 시작되었다.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긴장했지만 애들은 각자의 학교라는 자리를 묵묵히 찾아갔다. 아이들에게 그동안 축척된 학교 생활의 내공이 생긴 게 분명하다. 나는 늘 그 초조함을 불안에 숨었는데 아이들은 그들의 삶을 헤쳐나갔다.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을 의지하지 않았다. (쩝, 독립적이군.) 한 가지 더 평온할 수 있는 까닭은 그동안 2년마다 이사를 다녔는데 올해는 이곳에서 3번째 해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익숙함에서 오는 평안이 나와 아이들에게 의식하지 못하게 흐르고 있었나 보다. 돌아보니 소박하고 자잘하게 조용히 흐르는 시간이었다. 앤은 그것을 기쁨이라고 행복이라고 했다. 



1. 24년 나의 목표는? 

다정한 선택, 즐거운 실행. 올해 무엇을 기대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서 나를 혹사하지 않고 다정하며 즐거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2. 3월은 단단해졌으며 차분히 해내는 시간이었다.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를 읽으면서 엄마와 나 그리고 딸의 관계를 살펴보게 되었다. 아니다. 나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되었다. 과거에 있었던 사건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 아니다. 사건은 내가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나의 생각이 '나'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를 발견하는 사유, 사색에 시간을 두고 사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감정의 요동이 잔잔해지게 하는 상담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도 읽었다. 와. 이렇게 강력한 단편집 굉장하다.  만약에 내가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가 있는 그 마을에서 살았다면 어떤 반응을 하며 살았을까. 정죄했을까. 무심했을까. 회피했을까. 다가갔을까. 어떻게 생각할 여지가 삶에서 주어지긴 했을까. 가난했고 추웠고 허덕였으며 근근했던 그 상황에서 나는 어떠했을까. 무조건 N차 독서 할 예정이다. 김성근 감독님의 <인생은 순간이다>도 읽었다. 80세 노인의 집념, 올드한 사랑이 담긴 잔소리, 숙연하게 만드는 선택들. 야구 시즌이 시작됐고 곧 <최강야구>도 시작되는데 결론은 신난다.   



3. 지난 한 달간 내가 잘한 것은 무엇인가요? 

새벽 기상과 감사일기를 쓰고 하기 싫은 마음을 달래며 운동을 이어간 것을 칭찬한다. 고생했다. 공복에 뛰니 살도 빠지고 건강해졌다. 좋은데 힘들다. 5월까지 이어진다면 원하는 몸무게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땐 근력 운동을 시작하면서 기회가 되면 야외 러닝을 하고 싶다. 물론 생각은 바뀔 수 있겠지만... 어떻게 가꿀지는 모르겠지만 인스타그램을 다시 시작했다. 릴스가 나오기 전에 잠시 한 적이 있는데 다시 열어보니 다시 배워야 하는 지경이 됐다. 어쨌든 시작했다.  



4. 지난 한 달간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용기를 내지 못했다. 책을 낼 수 있는 여러 프로모션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마음이 그러했다.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진짜 내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글은 왜 쓰고 있을까. 분명 목표가 있는데 목표가 없다. 나의 이야기를 찾고 싶다. 



5. 3월에 배우고 성장한 것은 무엇인가요?

평범한 하루가 가장 값지고 영롱하다. 아이들은 잘 크고 있다. 나를 돌보며 물을 주도록. 



6. 내게 기쁨과 만족을 주었던 건 무엇인가요? 

아들이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를 들을 때, 딸의 속사포 수다, 운전하며 듣는 '홍이삭 노래 모음'과 '김창옥 강의', 엊그제 먹었던 짬뽕, 세일하는 청바지가 핏이 딱 마음에 들어서 바로 샀을 때, LG 트윈스가 18:1로 이겼을 때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짐을 깨닫고 있는 지금. 만족한다.  



7. 다가올 한 달은 어떻게 살아보고 싶으신가요?

4월은 개인 일정이 바쁜 달이다. 하루에 하나 일처리도 힘든 내향형 인간으로서 체력 관리가 관건이다. 지치지 않게 시간 관리 잘하고 사소한 결정 가운데 진지하지 않기를. 



<2024 성장메이트 Feedback Q를 가지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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