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7890원.
결제 알림 문자를 보고 생각한다.
'이상하다. 엊그제 주문하고 바로 결제한 것 같은데 왜 지금 알람이 오지? 결제가 늦어졌나?'
쿠팡에서 욕실매트를 주문을 했다. 매트는 아직 안 오고 결제도 늦게 되고 무슨 일인가 생각하던 차에 입 밖으로 튀어나온 한 마디.
"뭐?? 쿠팡 멤버십 7,890원!!!"
올 것이 왔다. 기존 회원인 나에게는 오늘이지만 신규 회원은 이미 4월부터 인상된 요금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정확한 명칭인 쿠팡 와우 멤버십은 쿠팡 전용 회원 서비스이다. 쿠팡 제품에 한 해 무료 배송, 무료 반품, 로켓 프레시 구매 혜택, 새벽배송, 로켓배송, 쿠팡 플레이(OTT)가 가입회원에게 제공된다. 쿠팡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이 중 가장 만족했던 서비스는 빠른 배송과 무료 반품이다. 제품에 본인을 맞추지 않고 본인에 딱 맞는 제품을 사려하는 친정 엄마 때문에 잦은 반품은 늘 골칫거리였다. 군말 없이 빠르게 반품을 해결할 수 있었던 쿠팡은 어떤 쇼핑몰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그래도 월회비가 7,890원, 연회비는 94,680원이 되는 쿠팡을 연간 약 10만 원을 들여서 유지할 만한 매력이 있는지는 냉정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잠시 나의 소비를 반추한다. 최근 이사로 인한 집안 살림 전반의 생활 용품 구입이 증가해 쿠팡과 다이소를 매일 드나들고 있다. 자잘하게 구입할 것이 생기는 것이 웃길 정도로 신기하다. '필요한 소모품들이다'라고 생각하며 주문을 한다. 샤워기 필터, 칫솔 홀더, 쓰레기통, 싱크대 물막이 등 구입 목록을 보면 가관이다. 이사 핑계로 온갖 잡동사리들을 바꿀 셈인가. 게다가 다이소는 왜 그렇게 가는지 모르겠다. 주로 구입하는 것은 행거이다. 모양과 쓰임이 다양한 1000원짜리 행거들을 가지고 곳곳에 촛농으로 녹여 붙이는 쾌감이 쏠쏠하다. 최근 망설이는 소비 고민은 선반이다. 무타공 선반과 철제 수납장, 접이용 이동식 선반, 조립식 무볼트 앵글 선반... 이런 것들이 있으면 왠지 릴스에 나오는 것같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솟아오른다. 줄자를 가지고 다니며 마치 공간 디자이너가 된 양 움직인다.
정리의 전문가라 불리는 곤도 마리에 작가는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했다. 버리고 남겨짐의 기준이 '설렘'인 것이다. 감성 충만한 이 기준을 건조한 나에게 적절한 표현으로 바꾸면 '필요'이다. '지금 생활하는 공간에서 필요한 것인가.' 정리란 그 필요한 물건을 편하게 쓸 수 있는 배치이다. 이사 후 주방 공간에서 양념통의 위치를 꽤 오래 고민하고 있다. 왼손잡이인 나에게 주방 도구와 양념통 사용의 동선이 꼬이지 않으려면 이는 중요한 문제이다. 정리를 통해 한정된 공간에서 필요한 것들의 공존과 조화를 꿈꾼다. 놀랍게도 이러한 조화에 여백이 필요하다. (적어도 나에겐 그러하다.) 아무것도 없이 비워두는 벽면이라든가 공간 말이다.
선반이 필요하지만 여백도 필요하고 그 필요들 사이의 조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어떤 것들은 버려져야 하는 이 정리의 아이러니... 결국 선반을 구입하지 않았다. 부족한 수납력이지만 이미 선반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들을 더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쿠팡 장바구니에서 선반들을 삭제할 수 있었지만 쿠팡 멤버십은 고민 중이다. 이미 멤버십 결제가 되었기에 한 달이라는 시간으로 숙고해 보려고 한다. 혹은 멤버십을 해지하고 사용해 보는 것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구매 용품과 구매 패턴 등을 고려해서 유지와 철회를 결정하는 것이다. 멤버십, 구독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삶의 질을 높이고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기에 적합하다면 충분히 유지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을 탈퇴했지만 무분별하게 제시되는 광고들은 정신을 피곤하게 한다. 제거해 주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가치교환할 수 있는 문제이다.
쿠팡 경쟁사들은 이를 계기로 자사 멤버십 이벤트를 통해 유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드사 또한 이를 통해 매출을 꾀하려 자사 카드 혜택에 멤버십 할인을 넣었다. 의외로 현대인들은 쇼핑을 하는데 시간을 많이 쓴다고 한다. 무엇을 입을지, 신을지, 먹을지 다 결정이고 이는 구매로 이어진다. 에어컨이나 소파같이 서칭과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 있지만 대부분은 일상에서의 반복되는 구매 결정이 많다. 주기적으로 냉장고를 채워 넣어야 하는 우유, 달걀, 채소, 고기류들을 누가 고민해서 구매하겠는가. 존재하기에 필요한 소비에 대해서는 생각이라기보다 습관이 되어 버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쉽게 말하면 귀찮아서 그렇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쿠팡 인상액 약 3000원으로 그런 반복을 점검하는 기회비용으로 삼으면 되려나... 생각은 여기까지 왔는데 카드 내역을 살피는 것까지 가는 게 쉽지는 않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