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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로 Sep 05. 2020

잠에 관하여

필자가 손수 느끼며 작성한 잠에 관한 5가지 이야기들.


잠1 (당부)


매일매일 고민이 되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언제쯤이나 이 녀석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작년에는 시도때도 없이 찾아와

나를 괴롭혔던 네가 문제였는데.

올해는 나에게서 등을 돌린 

너를 찾는 내가 문제로구나.

피곤할때 찾아와도 반가운 이는 너 하나뿐이니.

술마실때 말고도, 평소에도 자주 찾아와주기를.




잠2 (아이디어)


"저기.. 만약에 말이야, 정말 만약에.

네가 잠을 안자도 멀쩡하게 살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시간을 온전히 자기계발에 

쏟을 수 있다면 말이야.

나는 지금 보다 더 엄청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런 방법을 개발한다면 

엄청난 부자가 되지 않을까?"

"너 잠 안오지?"

"어..."

"일단, 눈 감아."



잠3 (자몽하다)


29살 무렵, 10시간 가량의 격무를 마치고 돌아온 집은 어디든 침대같아 보였다.

양복을 편한옷으로 갈아입다 잠깐 앉은 의자에서 몇시간을 잠든 적도,

저녁을 먹다가 문득 딴 생각을 한참 하다 음식들과 함께 잠든 적도,

저녁은 다 먹었지만 치우지 않고 그 옆에서 같이 잠든 적도,

그냥 에라모르겠다 하고 이불을 펴고 잠든 적도, 있었다.

이렇듯 자몽함이 지리한 나의 20대 마지막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20대가 무기력하게 흘러가는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나는 반드시 방법을 찾아내리라, 기쁜 마음으로 다가올 30대를 맞으리라!


그리고 그 날은 후식으로 과일을 먹다 잠들었다.




잠4 (적절함)


오랜만에 눈이 스르르 떠졌다. 이와 동시에 느껴지는 새벽녘 상쾌함이 생경하지만 반갑다.

어제의 적정량의 술과 피곤함이, 이런 기분좋음을 자아내다니, 새삼 놀라워진다.

적절함이 나를 구원할 수도 있겠구나, 나도 미라클 모닝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5시30분,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에 너무나 적절한 시각이다.

하지만 커튼을 열고보니, 아직 밖은 어두웠다. 자세히 보니, 뭔가 이상하다.

방 밖으로 나가보니, 퇴근을 하신 어머니께서 저녁은 먹었냐고 물어보신다.

그리고 나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큰 탄식을 마음속으로 내뱉는다.


'아! 적절하지 않았구나...'



잠5 (Euphoria)


오전 7시쯤, 암막커튼 사이로 슬며시 드리운 한 줌의 빛 그리고 약간의 서늘함이 맨살을 가볍게 적시는 듯하다. 정신은 잠 그리고 깸 사이에서의 거처를 고민하고 있는 상태. 현실의 압박감보다는 현재의 청량감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시각. 나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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