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빵 vs 단팥빵
공원에 갔다.
어린 연인이 있다. 햇볕에 더워하는 상대에게 부채 없이 손으로 부채질한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나더니 뒷모습을 보이며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걸어간다.
오랜 부부가 있다. 배고파하는 부인에게 남편은 호밀빵을 사다 준다. 20% 할인이 붙은 라벨이 눈에 띈다. 물끄러미 남편을 보면서 말없이 먹는다.
난 호밀빵을 좋아하지 않는다. 당이 떨어져 달달한 빵이 먹고 싶었다. 남편은 아직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대체로 잘 모른다. 호밀빵을 다 먹고 물었다. 세일을 해서 사온 건지. 내가 좋아할 것 같아 사온 건지. 둘 다 아니란다. 빵이 한 개 들어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서란다. 감성적인 나와는 정반대인 이성적(?)인 사람이다. 이십 년 동안의 데자뷔는 이렇게 계속되고 있다. 이상하게 화가 나지 않는다. 웃음이 난다. 빵 사다 준 게 어디냐 싶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난 단팥빵이 좋아’라고 해 본다. ‘다음번엔 기억하려나…’ 남편은 맛이 어떤지 자꾸 물어본다. 맛없다고 답한다.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는 남편의 모습에 미안한 생각이 든다. 계속 먹다 보니 먹을만하다고 했다. 남편은 또 웃는다. 맛없다고 하면서도 꾸역꾸역 먹는 게 어이없어나 보다. 예전 같았으면 안 먹었을 텐데. 이제 그럴 나이는 지났다. 그렇게 됐다. 나도 모르게 나름 도도했던 이십 대는 사라지고 두리뭉실한 아줌마가 되어 있다.(짜잔)
손을 잡고 걸어가는 어린 연인들의 손은 애틋한 끌림의 몸짓.
손을 잡아 주는 오랜 부부의 손은 의무, 습관, 연민 그 사이 어디쯤이겠지.
꽃처럼 예쁜 어린 연인
별처럼 슬픈 오랜 부부
우린 그렇게 꽃으로 펴서 별처럼 소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