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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토리 Oct 30. 2020

취업에 대한 고민은 가능하면 유학 전에

그게 목적지를 바꿀 수 있으니

유학 온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을 품고 있다.


정규 코스 밟듯 당연하게 유학길에 오른 사람도 있고, 한국의 대학 학벌이 안 좋다며 그걸 만회하라고 부모에게 등 떠밀려 온 사람, 학부 졸업 후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서의 탈출로 뒤늦은 학업을 택한 사람, 배우자 따라 어쩌다 같이 유학까지 하게 된 사람, 회사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유학생활을 시작한 사람, 인생의 마지막 기회로 유학을 택한 사람 등등.


그런 까닭에 학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보다 유학 온 대학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종류가 더 다양하고, 같은 학위를 받더라도 그들이 걷게 될 길들의 종류도 다양하게 펼쳐진다.


어떤 이들은 아주 당연하게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 학위를 패스 삼아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여전히 갈림길에서 혹은 안갯길에서 머무르거나 헤매기도 한다. 유학을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하고 왔다면, 대부분 유학이라는 긴 동굴 끝에 찬란한 비단길이 펼쳐져 있기를 바란다. 아니, 비단길이 아니라도 최소한 가야 할 방향이 명료하기를. 


그런데 동굴 밖으로 나왔는데 여전히 좀 어둡고 모호한 갈림길이다? 그때 느끼는 그 감정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실망과 당혹감에 절망 한 스푼, 후회 두 스푼, 자괴감 세 스푼쯤 넣은 기분이었던가. 내 기억에 그때를 떠올리면 차라리 일주일에 기본 2-3일 밤샘하며 공부했던 유학 생활이 나았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그때 몇 번이고 헤매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정말 뭘 몰랐구나. 무작정 떠나는 것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그 후를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래서 혹시라도 네게 도움이 될까 봐 쓰는 이야기다. 유학 후 취업을 생각한다면 이런 걸 미리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1.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와서 취업할 거예요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끔 영국에서의 유학생활과 미국, 호주, 캐나다 같은 곳을 비교하며 유학을 어디로 가면 좋을지 고민하는 글들을 받곤 했다. 그럴 때마다 영국의 교육 시스템을 다른 곳과 비교해서 답을 해주곤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느 시스템이 더 좋은가가 아니라 유학 생활을 마치고 나서 뭘 하고 싶은지에 따라 다른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면,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와서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목적이라면, 영국보다는 미국이 낫다. 한국에 미국 유학파들이 워낙 많다 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버드나 MIT, 예일 등을 제외하고라도, 미국의 어느 대학이든 한국 사람들 중에 그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있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문서상으로 사람의 스펙을 판단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게 취업 전선에 훨씬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니까.


미국이 아닌 곳으로 간다면, 가능하면 한국 사회에 인지도가 높거나 원하는 대기업의 높으신 분들 중 누군가가 나왔다는 대학으로 방향을 잡는 게 좋다. 실제로 영국의 한 대학에 생각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유학을 왔길래 물어봤더니, 그 전공 쪽 장관이 이 대학 출신이라서 그쪽 분야에 이 대학 동창회의 입김이 세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 한국에 돌아와서 취업할 거라면, 그 나라의 대학 순위를 따져서 진학하는 것보다 차라리 한국에서의 영향력을 찾아보고 선택하자.  


2. 굳이 한국에 돌아가서 살게 아니라면요?


그럼 어디에서 뭘 하고 살고 싶은 건지 생각해 보는 게 좋다. 만약 자신이 일하고 싶은 분야나 회사가 확고하다면, 유학을 결정할 때는 대략 두 가지 정도를 고려하면 된다.


첫째는, 그 분야에 관해서 어느 나라, 어느 대학이 유명하고, 어디에서 좀 더 특성화되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느냐. 둘째는 그 분야나 회사에서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했느냐. 즉, 어떤 인재들을 그 회사나 분야에서 찾고 있느냐.


이때는 가능하다면 실무에서 일하고 있고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게 가장 좋다. 어느 대학 출신들이 많은지, 어디가 유명한지 등등. 직접적으로 만나 조언을 얻을 수 있다면 최고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Linkedin 같은 전문 SNS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거기에 가고 싶은 직장의 페이지나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력서를 대충 훑어보면 대충 어떤 종류의 직업이 있고 어느 대학 출신들이 많은지 파악할 수 있으니, 그걸로 그 회사의 사람 뽑는 기준을 짐작해 볼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인맥은 어딜 가나 중요하다. 대놓고 편 가르기나 밀어주기를 하는 곳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새로 직장을 구할 때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있다면 내부인의 말 한마디가 보증수표처럼 작용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에서도 공공연하게 ‘internal candidate’이라고 불리는 내부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들이 있는데, 그럴 때는 채용 자체가 보여주기 식일 때가 많으니 떨어지더라도 크게 실망하지 말자.


그럼 외국에 가보지도 못했는데 인맥을 어떻게 쌓느냐. 요즘처럼 소셜미디어가 발달된 시대에는 그걸 이용하면 된다. 채용 공고에 나와있는 담당자에게 조언을 빌미로 연락을 해봐도 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 회사 출신이나 대학 출신에게 정중하게 조언을 구해도 되고. 물론 이러려면 일단 언어 공부는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그 외 가고자 하는 회사가 확실하다면 거기 지점에 바로 연락을 해봐도 좋다. 당신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다, 이런 학위와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학력은 보통 어느 정도가 필요하냐, 어떤 입사 조건이 있느냐, 외국인일 경우 비자나 입사 제한이 있느냐 등등. 대답을 해주면 좋은 거고, 못 받아도 개인적으로 손해 볼 건 없으니까.


3. 석사? 박사?


영국 유학의 장점은 교육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석사는 1년, 박사는 3-4년이니까. 솔직히 개인적으로 바로 취업을 생각한다면 석사 유학 자체만으로는 별 이득이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말했듯이 석사를 받았다고 해서 딱히 학부 졸업생들과 다른 취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유학을 시작함과 동시에 바로 취업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모든 준비를 해서 오는 게 아니라면 시간 자체가 촉박하기 때문에. 


나처럼 유학 경험 하나 없이 시작했다면 석사 1년은 정말 짧다. 처음 해보는 온라인 게임 베타 테스트하는 기분이랄까. 게임에 익숙해지느라고, 게임 내부 탐색하면서 돌아다닌다고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고, 아직 익숙하지 못해 게임 캐릭터를 몇 개 죽이고, 이제야 좀 감이 오기 시작하는데 테스트 끝났다고 접속이 끊긴 기분이었다. 이제야 영국이라는 나라에도 익숙해지고, 공부하는 요령도 생기고, 말도 트이기 시작했는데 금세 졸업이라는 거다. 그런 아쉬움에 박사과정을 선택하게 되었지만, 그거야 사람 나름이고.


간단히 요약하자면 빨리 학위를 받는 게 중요한 사람이라면 영국이 유리하고,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한국처럼 교수의 비호를 받으며 학회에 진출하길 바란다면 미국식 교육 과정이 훨씬 득이라는 것. 물론 그 기간을 어떻게 끌어나가느냐는 개인의 재량이지만.


4. 이미 그런 고민 없이 유학 생활을 시작했는데요?


이미 결정을 내렸고,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면 후회 없이 현재 생활에 충실하면 된다. 유학의 끝에 미로가 있든 비단길이 있든 상관없다, 지금의 내 목적은 학문탐구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 대신 뭐든 쓰자. 써서 학회지에 제출하든 콘퍼런스에 발표하든 상관없다. 제출했다가 떨어져도 상관없다. 학자는 떠들지 않으면 지식을 입증할 방법이 없으니까.


그리고 아무리 학문 탐구에 바빠도 인맥을 만드는 것에 소홀하지도 말자. 네 옆에서 같이 밤을 새우고 있는 그 학생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다고 어설픈 곁가지 치기를 하라는 게 아니라 소수라도 정말 자기편이 되어줄 사람을 만들어 놓는 게 좋다. 어디 가서 내 능력을 보증해 줄 수 있을 만큼 친한 사람들로.


그렇게 유학생활을 열심히 했는데도 바로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조금 쉬어가도 괜찮다. 실제로 박사를 바치고 바로 취업한 경우 지속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도 여럿 봤으니까.




인생살이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서도, 그게 아니란 걸 너도 나도 알고 있다. 가능하면 어제의 너를 굴려서 내일의 네가 편하도록 하자고 이런 글을 쓰고 있지만, 오늘의 네가 우울하다면 그건 또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니 아직 계획이 완벽하지 않다고 자꾸 미루지도 말고, 오늘의 결심을 했다면 내일의 네가 살아남을 수 있게 열심히 살아내자. 어차피 외국이나 한국이나 삶이 고달픈 거야 마찬가지니까, 이왕이면 네가 좀 더 즐길 수 있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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