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내와 대화하며 그녀가 오랜 시간 정신적 압박에 시달렸던 것을 알게 되었다. 듣는 내내 아내의 모래성에 초대받는 듯 설레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이 시리기도 했다. 설렘과 아픔이 공존했던 아내의 짤막한 생활담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소개한다.
나는 한때 미사를 참석해야 하는 강박증에 시달렸었어. '혹시 참석하지 않으면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냐?'라는 생각에 사로 잡히기도 했어.
특히 외국에서 생활할 때는'혼자 있는 애 아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 아냐?'라는 불안에 시달렸었지.
그래서 그때 누군가에게 이런 걱정을 말했었는데 그녀도 같은 고민을 한다고 해서 위로가 된 적이 있었어.
성당은 편하게 가고 싶을 때 가고 했던 신앙을 잘 모를 때가 편했다는 기억이 있어. 다른 한 가지는 고해성사를 하면 속 시원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는 거야. 신부님도 기계적으로 보석을 주시는 것 같은 느낌, 나도 모든 사생활을 속 시원하게 터놓지 못하는 마음,
의무감에서 오는 허탈과 상실감, 이런 것이 나만의 경험일까? 신부님이야 어쩌면 워낙 많은 사람에게 보석을 주느라 그럴 수도 있지만 나는 볼 일 보고 난 후에 뒷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온 느낌이랄까.
이러한 일들의 반복 그리고 반복.....
아내의 말을 듣고 나 또한 얼마 동안 강박에 시달렸던 기억이 났다. 기러기 아빠 시절 집을 나설 때면 가스는 제대로 잠갔는지 컴퓨터는 껐는지 반복해서 확인하느라 아파트 문을 나섰다 들어갔다를 되풀이했었다.
자신 안의 외침... 의무감, 그리고 미래에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불안, 초조, 반복 등... 강박의 모래성을 쌓다 떨어져 나온 알갱이들은 마음에 상처의 여흔을 남긴다.
작가에게는 좋은 글에 대한 수험생에게는 성적에 대한, 주부에게는 건강식탁에 대한, 직장인에게는 성공에 대한 불안, 초조 등... 강박은 일상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강렬하면서도 소리 없이 우리를 유혹한다.
2011년에 개봉했던 일본 영화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에서 주인공 남편은 평소에 길거리의 쓰레기도 그냥 지치지 못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진상 고객을 동료가 험담을 해도 맞장구를 치기는커녕 동료를 나무랄 정도로 성실하고 착한 사회인이지만 그로 인해 온갖 스트레스를 감당 못하여 우울증에 걸리고 만다. 주인공 아내는 그러한 남편에게는 쉬어가라고 하며 용기를 주고 그녀의 지인이 남편과 이혼 후 찾아와 "이제 나 혼자니까 열심히 살아야지"라고 할 때는 "열심히 하지 마세요.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라면서 위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산을 오를 때 몸이 지쳐 피곤하면 쉬어가야 목표점에 도달하듯이 마음도 멈춤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야기가 조금은 다르지만, 여기서 잠시 법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국제법이나 우리 민법에서는 상대 국가나 개인에게 강박을 가하면 무효 또는 손해배상이 뒤따른다.
그럼,
자신을 지속적으로 소리 없이 공격해 오는 강박에 대한 손해는 무엇으로 배상해야 할까?
그것은 강박의 모래성을 툭! 하고 무너뜨리면 보이는'마음쉼터'가 아닐까.
다음은 얼마 전에 아침에 아내와 나눈 대화다.
"견과류는 안 먹어?"
아내가 말했다.
"어휴, 이가 아파서 못 먹어. 당분간은 쉬어야 될 것 같아."라고 내가 말하자 아내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 나도 요즘 계속 아몬드를 먹었더니 불편하네. 며칠간은 안 먹을라고"
그렇다. 잠시 쉬어 가는 것도 용기다. 하던 공부도 잠시 멈추면 머리에 깊이 남듯이 근육도 쉬어야 커지듯이 멈추면 보지 못하던 것도 보고 느끼지 못했던 나도 발견한다. 오늘은 마음에 톡! 톡! 하고 노크하며 속삭여보자.
'생각은 멈추고, 잠시 쉬어 가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