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오래전 선물
시간은 절제와 겸손을 선물한다
아웃렛 쇼핑센터.
김포에 있는 아웃렛에 가서 좋은 제품의 옷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기회를 종종 갖는다. 옷이란 질 좋은 제품을 사서 오래 입는 것이 절약하는 것이라고 결혼 전에 막내아들의 입을 것을 늘 챙기셨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난 한 번 옷을 사면 오래 입는 편이다.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15년 이상 된 것과 벗으로 아직 잘 지내는 것도 있다.
딸이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였다. 내 건강에 적신호가 올 때 아내와 같이 딸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어쩌면 마지막 가족여행일지도 모른다는 절실함을 품고 떠났다. 그때 면세점에서 샀던 폴로 잠바를 샀는데 지금도 입고 다닌다. 흠이 가지 않았고 살면서 평생 옷 한 벌과 같이 해져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입을 때마다 옷깃을 스치며 아스라이 들려오는 옛 고뇌의 소리를 내 삶의 위안으로 삼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옷장에는 코트도 한 벌이 있는데 겨울만 되면 나와 인생길을 같이 간다. 이 코트는 여기저기 고장이 나서 명품 수선실에 갔다 온 적도 있지만 아직 입을 만하다. 낡은 옷자락에는 그리운 옛 추억들이 군데군데 묻어있다.
이 오래된 옷 두 벌의 무게는 어떤가. 처음보다 가볍다. 그만큼 보온 기능도 떨어져 있다. 반면 이 옷을 입을 때마다 내 마음도 가볍다. 아무 곳에나 앉기도 편하고 음식물이 묻어도 별 신경이 안 간다. 낡음에서 안분지족을 배운다.
나와 같이 닳아져 가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내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 물건이다. 아내가 20년 전에 생일 선물로 사준 명품지갑인데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많이 해졌다. 그렇지만 내 인생의 동반자로서는 아직 손색이 없다.
20년 이상 내 호주머니를 잘 지키는 벗이다.나의 삶의 시간과 함께 하고 있는 그 지갑 안에는 절제와 겸손의 가치, 그리고 아내의 사랑이 담겨 있다고 늘 믿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