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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니 잘 되더라

by 김곤 Feb 25. 2025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가 OECD 38개국 중에 33위. 최근 언론보도 내용이다. 


과유불급이다. 너무 많은 양의 영양제를 먹으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몸의 세포에도 쉼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조금씩 자주 먹거나 14시간 이상 쉬게 해 주어야 세포가 건강하다. 전문가들이 자주 하는 말들이다.


나는 출근 시에는 아침을 거르고 저녁은 고구마 등으로 간소하게 먹었다.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에는 하루 한 끼 생활을 오래도록 했다. 아침을 비우니 늘 몸속이 편했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퇴직교육 중에 있어 사무실에 가지 않아 아침을 자주 먹곤 했다. 2달 정도 그러한 생활을 했더니 몸이 불편하다고 신호를 보내왔다. 그 후부터는 그전의 식사 습관으로 돌아갔다.



성당 건물 3층 연습실 안에서는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들은 주말 미사 때 합창할 곡을 연습 중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합창단에서 노래를 해본 후 처음이다. 소리를 내려고 해 보지만 잘 안 나온다. 목에 힘이 들어간다. 나의 모습을 포착했는지 지휘자가 말한다. 잘하려고 하지 마시고 그냥 물 흐르듯 부르시면 됩니다. 안 그러면 몸에 힘이 들어가 소리가 제대로 나오질 않아요.


미사 중이다. 성가를 부르는 시간이다. 그동안 잘하려고 예쁜 소리를 내려고 꾸미려다 보니 높은 음정에서는 소리가 잘 안 나왔다. 그날은 웬걸, 모르겠다. 그냥 비우고 해 보자.라는 생각이 올라온다. 나는 몸에 힘을 뺀다. 복식 호흡에 집중한다. 그랬더니 높은 음의 소리가 자연스럽다. 아, 이렇게 편할 수가 있나. 세상에 나를 던져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남을 의식하지 않았던 때처럼 내게 집중하니 편한 소리가 나오는구나. 미숙했던 시절에 느껴보지 못했던 경험이다.


사실, 이 같은 경험은 일상에서도 한다. 그 순간을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머리를 손질할 때다. 보기 좋은 모양을 꾸미려다 망치다가를 반복하다가 결국 만족하지 못한 채 포기하고 외출한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어느 날은 아, 귀찮다. 대충 하자,라고 손질하는데 마음에 드는 모양이 나온다. 남의 시선보다 내게 집중한 결과다.



자의적이든 아니든 삶에서 그동안의 나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지금 나의 모습을 보이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 나를 피하지는 않을까,라는 두려움에 가식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거나 두문분출한다.


취업이 안 되고 연일 시험에 낙방하고 있는 청년이 있다고 해보자. 그는 사회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직업도 내 능력을 무시하고 남이 선호하고 인정하는 기업에 계속 도전한다. 어떤 중년은 퇴직을 한 후 수입이 주는데 소비는 그대로다. 차도 집도 마찬가지다. 재테크를 잘해서 영향을 안 받거나 거액의 퇴직금을 가지고 나오거나 하는 사람들이야 상관없지만 보통 사람들이야 어디 그러던가.


집필 중에 경험한다. 독자를 의식한 채 나의 색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길을 잃은 어린양처럼. 모든 독자에게 나의 글이 사랑받기를 바라듯이.... 어!, 왜 이렇게 글을 썼을까.라고 독백을 할 때가 있다. 독자의 눈을 존중하되 대담하게 글체를 가져가도 되는데 잘 안 되는 경우를 경험한다.


남의 시선을 의식 안 하고 일상을 보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기대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어떤 사람을 안 좋아하듯 남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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