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쇼핑센터에 갔을 때다. 며칠 전부터 장모님이 소변에 홍조현상이 나타나 속을 태우고 있었다.
"오늘 상황 좀 보고 계속 그러면 병원을 가보죠."라고 내가 장모님에게 말했다. 이럴 때마다 장모님이 하시는 말씀이 있다.
"뭐 인생 다 살았는데..."
잠시 후에 아내는 내가 화장실을 간 사이 옆에 계셨던 장모님이 간절히 고개 숙여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모습에 안쓰러웠다고 했다. 몇십 분의 차이를 두고 당신 건강에 대한 그 '쿨함'은 온데간데없었다고 했다. 다행히 다음날 소변 색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럼, 기도 열심히 해봐.
성당이나 교회를 다니는 이들은 한 번쯤 듣거나 얘기해 본 적이 있는 문장이다. 성경의 신명기 4장 29절에나오는 말씀이다. "거기에서...(중략)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여 그분을 찾으면 만나 뵐 것이다."
목숨을 다하여...
과연 이 구절대로 자신의 목표를 위해 전진한 적은 몇 번이나있었을까. 학창 시절이나 청춘시절이나 결혼 전이나 후나 아빠가 되고 나서나... 지금껏 수많은 사연들과 드잡이 할 때.....
'얼마나 정성스럽게 원해 보았을까? 그냥 누구에게나 있는 간곡함에 머물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내 목숨마저 앗아갈 정도로 간절함의 농도가 짙었을까?'라고 중얼거려 본다.
어제 새벽에 있었던 대 포르투갈전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눈물겹도록 마스크 투혼을 하고 있는 손흥민의 도움에 황희찬의 막판 결승골이 터졌다. 이 골은 선수들의 16강에 대한 그동안의 응집된 강한 에너지가 그 어떤 방해자도 근접 못하게 마치 용암이 분출하듯이 뜨겁게폭발한 것은 아니었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 순간 세상 속 누구처럼...
지금, 반복의 열매들이 응축되어 터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으며, 자신에 대한 굳은 신념을 주춧돌로 삼아 손가락을 움직인다. 추운 겨울 이른 아침을 알리는 들녘 너머의 굴뚝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들처럼, 뇌세포 깊은 곳에서 부유하는 온갖 생각의 알갱이들을 시골집 부엌 아궁이 속 깊은 곳에 넣어 둔 잘 익은 고구마를 쓱쓱 긁어 끄집어내듯, 사유의 곡간 안에서 그 간절함으로 산다는 것은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