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힘

배려도 용기다

by 김곤

오랜만에 종로 낙원상가 뒤편을 갔다.

아귀찜 식당 간판은 아직도 그대로였다.

결혼 전후로 자주 찾았던 가게다.

사장님도 그대로 계신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가게 문을 열어보니,


"어서 오세요"


낯익은 얼굴, 바로 그 사장님이셨다.

연세가 80은 넘으셨을 텐데 건강한 모습으로 주방을 책임지고 계셨다. 건강의 원천은 역시 현역의 힘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왕 들어간 김에 포장을 해서 가려다가 오랜만에 나온 종로거리의 이곳저곳 향취를 즐기는 데에 방해물이 될까 걱정이 앞서 다음을 기약했다.


다행히 식사시간도 지나서 조금은 덜 죄송해하며 다음에 들리겠다고 하고 식당을 나와 건너편으로 향했다. 떡집과 조그마한 미술전시관을 지나 골목 양쪽으로는 옛 공예품 전문점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잠시 후, 신호등 앞에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 시야에 들어왔다. 맛이 궁금해서 들어갔더니 싼 커피값에 놀랐다.


서울 한 복판에서 3천 원 안팎으로 커피를 맛볼 수 있다니!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며 마신 라테 한 모금.

여태껏 음미해 본 어느 유명 브랜드의 것보다 훌륭한 맛에 정신마저 혼미해진 느낌이었다.


호호 불어가며 마신 커피 맛....


맛에 취해 후루룩 마시던 잔을 내려놓고 사진 한 컷으로 녀석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온 몸속으로 속속 스며들어 나의 세포 곳곳에 퍼져 따뜻한 평화를 전해주길 바라면서....


지금껏 맛본 라테 중 최고였다!


제자리에 서서 한 모금을 더 하고 걷기를 몇 분 안 한 사이 반대 방향에서 외국인 세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 가장 키가 큰 남자분이 나를 보고 미소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모르는 사람끼리는 주고받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공감.

그 공감은 아픈 마음도 치유하지 않던가!

국적도 성별도 나이도 뛰어넘는 세계 공통의 감정 치료제인 공감과 배려.


외국에 나가면 종종 경험했던 터라 나도 그에 화답했다.


잔잔하며 친근한 소리 없는 신호인 미소.

그 안에는 낯선 이에게 용기를 내어 건네는 "반가워요~~"라는 말이 녹아 있다.


스마일!


.....



스마일!



순간, 라테의 여운에 그 미소가 스며들어 내 마음에 평화가 살포시 앉았다. 조금 전 라테를 마시며 바랐던 일이 기쁨으로 온몸이 휘감겼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주고받은 그 공명의 힘이 얼마나 강했던지 난 뒤를 돌아보며 그들에게 음성 없는 작별의 인사를 뒷바람에 태워 전송했다.


"그대들이여! 가시는 길에 평화가 함께

하길!"


그날,

늦가을 바람결에 스치듯 지나가던 한 외국인이 던진 평온한 미소와 나의 공감.


그 힘은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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