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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곤 Mar 06. 2024

전화선을 타고 온 그녀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꼭 들리는 음성이 있다. 욕설 등을 하지 말아 달라는 것. 그때마나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친 언어를 사용하면 그럴까?라고 반추해 본다.  


전화선.

선을 타고 흐르는 의 음성은 따사로울까. 아니면....



오늘 한 직원과 전화로 업무와 관련한 얘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녀가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하는 것이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 소리에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아마도 미증유의 일일 것이다. 전화선을 타고 전해오는 거친 소리는 바로 에서 내게 기침을 해대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녀는 대화 중에 연신 소음을 실어 보냈다.


그녀는 대면으로 대화할 때도 그렇게 거침없이 기침을 할 수 있을까?

아마 못할 것이다. 한다면 상대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니까.


나는 그녀가 보내는 소음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다음에 다시 전화한다고 하면서 빨리 수화기를 놓았다.

그리고 그 후에도 여운이 남아, 나는 잠시동안 넋을 잃었다.

'아! 어찌 이런 일이!"


존 플레쳐는 말이 아닌 행동이 나를 대변한다고 했다.


나는 그 직원을 직접 본 적이 없다. 오늘 처음 전화선이 연결해 준 만남이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었을까. 아니면 만남이 대면으로만 이루어진다고 여기는 것일까. 


목소리에는 그 사람의 인격이 숨어있다. 모르는 이들과 통화를 하다 보면, 다들 경험해 보았을 테지만 어떤 이에게서는 따뜻함이, 누구에게는 차가움이 전해온다. 소리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외모가 그의 품격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듯이.


품격은 보이지 않는 전화선을 통해서도 흐른다는 것을 그녀는 몰랐을까. 그리고 행동은 자신을 대변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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