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나는 게장을 좋아했다. 지금은 날 음식을 안 먹으려고 해서 접할 일이 별로 없는데, 아내와 딸이 유난히 좋아해서 가끔은 그들이 먹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으로 욕구를 충족한다.
지난 설명절에 형님 집에 갔을 때다. 형수님이 우리 부부의 모습만 보고는 딸과 왜 같이 오지 않았냐고 물으면서 이렇게 말씀했다.
"왜 같이 안 온 것이야! ㅇㅇ이 좋아하는 게장을 많이 했는데..."
"아쿠, 일찍 결혼한 친구 집들이 가느라고요."
"그럼, 이따 갈 때 가지고 가세요."
갑각류, 그들은 껍데기를 한 꺼풀씩 벗기며 성장을 한다고 한다. 그때는 가장 연해질 때이기도 한다고.
성장통.
육체적으로나 마음적으로 성장을 하는데 겪는 과정이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을 때 누군가가 툭! 하며 건드리기만 해도, 톡! 하며 쏘는 말에도, 스르르 하고 눈꽃이 녹아내리듯 몸을 지탱할 힘조차 없다면. 갑각류처럼, 이 과정을 거치면 한 단계 성장할 것이라고 믿으며, 그리고 어김없이, 성숙한 에고가 기다릴 거라는 희망을 품고 내일을 맞이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