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전철 안에서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오늘따라 회사에서 돌아오는 성길 씨의 인상이 영 말이 아니었다. 무엇기 그렇게 못마땅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얼굴이 잔뜩 찌푸려진 채 우거지상을 짓고 있었다.
깜짝 놀란 아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성길 씨를 맞이하며 다급히 묻게 되었다.
”여보, 왜 안색이 안 좋아요? 오늘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아니야. 그런 건 아니야.“
”그럼 왜 그래요? 분명히 안 좋은 일이 있었죠?“
”글세, 아니라니까 자꾸만 그러네. 배가 고프니까 우선 밥부터 줘.“
”알았어요.“
아내는 그런 남편의 태도가 영 찜찜했다. 급히 밥상을 차려주면서도 몹시 궁금했다.
성길 씨는 아내가 차려준 음식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오늘은 특별히 성길 씨가 좋아하는 생선 찌개까지 얼큰하고 맛있게 끓여 놓았다. 다른 때 같으면 생선 찌개가 맛이 있다며 이런저런 너스레를 떨며 맛있게 먹어치우던 성길 씨였다.
그런데 오늘은 영 그게 아니었다. 마치 맛이 없는 밥을 억지로 구겨 넣는 것처럼 천천히 한 숟갈씩 입에 떠넣으며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아내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 다시 성길 씨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왜 찌개가 맛이 없어요?“
”아니야. 당신이 특별히 맛있게 끓인 생선 찌개인데 맛이 있구말구.“
”그런데 왜 그 모양이예요? 먹기 싫은 걸 억지로 먹는 사람처럼……. 오늘 밖에서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아내가 여전히 성길의 눈치를 살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믈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아무 말이 없이 밥을 먹고 있던 혜영이도 약간 토라진 목소리로 같이 거들고 나섰다.
”그래, 아빠 어서 말해 보라니까. 아빠가 그러니까 식구들이 모두 밥맛이 없잖아.“
혜영이까지 나서자 성길 씨가 그제야 마지못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여보, 오늘 나 회사에서 잠깐 출장을 가게 되었거든.“
”그래서요?“
”오늘은 출장지가 그다지 먼 곳도 아니어서 전철을 이용하기로 했거든.“
“그건 그렇고, 그래서요?”
“아 그런데 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젊은이가 아마 대학생쯤 된 나이더라고.”
“그래서요?”
“그런데 그 젊은 사람이 마침 마스크를 쓰지 않았거든. 요즈음 코로나가 얼마나 무서우냔 말이야?”
“네에? 요즈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전철을 탈 수 없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일인데 그 사람 어떻게 전철을 타게 되었을까요?”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야. 그래서 내가 보다 못해 마스크가 있으면 쓰라고 좋은 말로 말을 하게 되었지 뭐야.”
“당연하죠.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래서요?”
“아, 그랬더니 이 사람이 글쎄 아무 대꾸도 없이 나를 ① 지르보지 않겠어?”
“아니 뭐 어디 그런 나쁜 사람이 다 있어요. 그래서요?”
“그래서 내가 다시 좋은 말로 왜 마스크를 쓰라는 말이 기분 나빴느냐고 물었지?”
“그랬더니요?”
“아, 글쎄 남이야 마스크를 쓰든 말든 당신이 왜 ② 간참을 하느냐고 시비를 걸지 않겠어?”
아내는 뒷이야기가 몹시 궁금했는지 계속 다그치며 물었다.
“히야, 무슨 그딴 사람이 다 있어요? 그래서요?”
“그래서 나도 그 말에 화가 나서 젊은 사람이 윗사람이 말을 하면 그냥 공손하게 따를 일이지 어디서 큰소리를 치느냐고 큰소리로 ③ 고아댔지 뭐야. 아, 그랬더니 이 사람이 이번에는 벌떡 일어나서 나한테 ④ 손가락총질을 하면서 대들지 않겠어?”
“정말 한바탕 난리가 났겠군요. 그래서요?”
“나도 좋을 땐 마냥 좋은 사람이지만 한 성질하잖아.“
”영 잘못 걸렸군요. 그래서요?“
”그래서 둘이 붙어서 이리저리 뒹굴며 싸움이 한참 벌어지게 되었지. 그 바람에 ⑤ 렬차원까지 와서 말려서 겨우 싸움이 끝이 났다니까. 그래서 그놈은 당장 전철에서 강제로 내리게 되었고 말이야. 에이, 못된 놈 같으니라구.“
성길 씨는 아직도 성이 풀리지 않은 듯 투덜거리며 분해하고 있었다.
”에이, ⑥ 호상간에 최소한 예의는 지킬 줄 알아야지. 그거 차암내…….”
“에이구, 그 정도로 끝난 걸 다행으로 아세요. 그리고 똥 한번 밟은 셈 치고 어서 식사나 하세요”
아내가 그제야 안심을 한 듯 이렇게 달래주자 식구들은 다시 저녁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참 모처럼 맛도 없고 재미도 없는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 * )
< 북한말 풀이 >
① 노려보다 ② 참견 ③ 고함지르다 ④ 삿대질 ⑤ 승무원 ⑥ 상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