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성길 씨네 가족이 오랜만에 가까운 교외로 바람을 쐬러 가기로 미리 약속한 날이다.
요즈음 코로나로 인해 휴일마다 방구석에만 꼭 틀어박혀 지내다 보니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커피도 준비하고 마실 물도 준비했다. 이제 가까운 마트로 가서 혜영이가 좋아하는 간단한 간식거리나 음료수만 준비하면 모든 준비는 다 끝나는 셈이었다.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아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성실 씨에게 물었다. 마트로 가는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당신 마트로 간다면서 지금 어딜 가는 거예요?”
“응 나도 알고 있어. 오랜만에 우리 혜영이가 좋아하는 ①가락지빵을 사 주는 건데 마트 같은데서 ②눅거리를 사주면 되겠어? 안 그러니, 혜영아?”
“우와, 우리 아빠 최고!”
기분이 좋아진 혜영이가 아빠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펴 보이며 좋아했다.
“그래서요?”
“그래서 기왕이면 제과점에 가서 사려고. 아무래도 제과점 빵이 맛도 좋고 나을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당신 돈 많아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나도 그 정도는 사줄 수 있다니까. 괜히 그러네. 하하하…….”
그렇게 해서 일단 간식거리 준비는 모두 끝났다. 그리고 한창 교외를 달려 경치가 좋은 한산한 산기슭에 차를 주차했다.
“히야! 저기 ③거님길 좀 봐. 계단도 멋지게 놓았고 멋진걸! 그리고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산을 오르내릴 줄 몰랐네.”
성길 씨는 모처럼 바람을 쐬러 나온 게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연신 감탄을 하고 있었다.그러자 한껏 기분이 좋아진 아내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게요. 날씨도 좋고 집에서 나오길 잘했나 봐요.”
“아빠, 나도 너무 기분이 좋아.”
혜영이도 몹시 기분이 좋은 듯 표정이 활짝 밝아졌다.
차에서 내린 세 사람은 산책길을 따라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길 양쪽으로는 갖가지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서 공기도 아주 상쾌했다. 성길 씨가 걷다 말고 가슴을 쩍 벌린 채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가 내뱉곤 하며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히야! 공기 참 맑기도 하다. 이런 곳에는 ④몽당도 없고 얼마나 좋으냔 말이야.”
가끔 중간중간 큼직한 밤나무들도 서 있었다. 밤나무 가지들마다에서는 먹음직스럽게 생긴 밤송이들이 마치 세 식구를 환영이라도 하듯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툭! 툭!’ 가끔 굵고 시뻘겋게 생긴 알밤들이 여기 저기서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밤나무 밑에서는 이미 여기저기 사람들이 모여 밤을 줍기도 하였다.
“나도 밤이나 주으러 가야지!”
혜영이가 이렇게 혼자 지껄이고는 밤나무 밑으로 급히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성실 씨가 혜영이를 향해 소리쳤다.
“혜영아, 조심해! 너 그렇게 아무데나 겁도 없이 ⑤게바라다니다가는 큰일 나. 잘못하면 뱀에 물린단 말이야!”
“에구머니나, 무서워!”
성길 씨가 뱀에 물린다는 말에 혜영이가 겁에 질린 표정이 되어 기겁을 해서 되돌아오고 말았다.
세 사람은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은 멀리서 보기보다는 가팔라서 산을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었다. 한동안 열심히 산을 오르다 보니 아내가 자꾸 뒤로 쳐지고 있었다.
그러자 성실 씨가 아내의 손을 잡아주며 입을 열었다.
“당신 너무 힘들면 여기서 도로 내려갈까?”
“아냐요. 괜찮아요. 아마 어젯밤에 잠을 좀 설쳐서 그런가 봐요.”
“아하, 이제 보니 어젯밤에 ⑥쪽잠을 자지 못한 모양이군. 사람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 얼마나 피곤한데.”
“글세, 이 정도는 그래도 참을만 하니까 어서 올라가기나 해요.”
성길 씨는 아내의 손을 잡고 산을 다시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성길 씨의 손을 잡고 다시 산을 오르고 있는 아내의 표정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혜영이도 엄마의 꽁무니를 두 손으로 밀어주고 있었다.
세 사람이 산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 * )
① 도넛 ② 싸구려 ③ 산책길 ④ 먼지 ⑤ 나돌아다니다 ⑥ 단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