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편의점 아가씨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성길 씨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 불쑥 입을 열었다.


“아참! 당신 우리 집 앞에 있는 편의점 알지?”


“그래서요?”


“그 편의점에서 알바로 일하는 아가씨 기억나지?”


“기억이 나고 말고요. 머리 좀 길게 기른 아가씨 말이죠?”


“음, 그래. 언제나 손님들한테 ①연삽하게 대하던 그 아가씨 말이야.”


“그래서요?”


성길 씨는 좀 안 됐다는 표정으로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더니, 글쎄 그 아가씨 말이야.”


“그 아가씨가 왜요?”


“글세, ②뜬말을 들어보니 그 아가씨 보기와는 다르게 요즈음 ③말밥들이 많더군.”

“아니,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자꾸 그러지 말고 어디 자세히 좀 설명해 봐요.”


“글세, 그 아가씨가 자주 아프다면서 ④건병을 부리고 편의점에 안나오곤 한다는 거야. 그리고 근무를 하다가 ⑤대거리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가끔 가게를 비우기도 한다지 뭐야.”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에요? 만일 요즘 그랬다가는 금방 잘리고 말 텐데 남의 말 함부로 하지 말고 자세히 알지 못하면 잠자코 있어요.”


“알았어요. 누가 아니래. 그 아가씨 약간 ⑥발딱코만 아니면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예쁜 아가씨인데 말이야. 허허허…….”


“으이그, 또 그놈의 쓸데없는 소리 좀 그만하고 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낮잠이나 좀 자요.”


“아, 알았어. 그럼 당신 말대로 낮잠이나 좀 잘까.”


성길 씨는 이렇게 대꾸하고는 그 아가씨가 괜히 안됐다는 듯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






< 북한말 풀이 >


① 싹싹하다 ② 뜬소문 ③ 구설수 ④ 꾀병 ⑤ 교대시간 ⑥ 들창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