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축구와 배구 용어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한동안 아무 말없이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던 성길 씨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차암, 어제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여자 배구 경기 당신도 봤지?‘


“그럼요. 당신하고 같이 봤잖아요.”


“맞아. 그랬지. 그런데 우리나라 여자 선수들 정말 잘 하더군. 3세트 모두 이겼잖아.”


“맞아요. 나도 그 경기를 보면서 얼마나 통쾌했는지 몰라요. 다른 나라보다는 일본에게 이겼다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 선수 이름이 뭐였더라. 그 선수 정말 ① 순간타격 하나만큼은 일품이더군. 공이 떴다 하면 순간타격이 어찌나 강한지 그때마다 일본 선수들은 맥을 못 추고 풍전등화로더군. 하하하…….”


성길 씨도 매우 통쾌하고 만족한 듯 껄껄 웃고 있었다. 그러자 아내가 물었다.


“순간 타격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허허, 이 사람 배구글 그렇게 좋아하면서 아직 순간 타격이 뭔지도 모른단 말이야?”


“으이그,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북한 말을 쓰니까 그렇지요.”


“아차, 그렇구나! 허허허……. 그럼 그건 차츰 나중에 내가 배워주기(가르쳐주다)로 하지. 그리고 당신 축구

경기도 좋아하지?"


성길 씨는 깜빡 잊었었다는 듯 너털웃음을 웃고 나더니 이번에는 딴소리를 하고 있었다.


”좋아하고 말고요.“


”그럼 이번에는 내가 북한에서 사용하고 있는 축구 경기 용어를 말해 볼테니 알아맞히어 보겠어?”


“그럼 어디 말이나 해봐요.”


“좋아. 당신 ② 중앙공격수가 뭔지는 알고 있겠지?”


“으음, 그거 중앙에서 공격을 하거나 공을 받아내는 골키퍼 아닐까요?”


“틀렸어. 다시 잘 생각해 보라니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다른 문제 하나 더 내봐요.”


“알았어. 그럼 ③ 중앙으로 꺾어 차기는 뭔지 알겠지?”


“글쎄요. 생각이 날듯날 듯 하면서도 모르겠는걸.”


“아이차암, 사람두. 축구를 좋아하면서 한 가지도 못 맞추네. 그러니까 잊어버리지 않으려면 그때그때마다 ④ 원주필을 준비해 가지고 있다가 메모해 두란 말이야.”


“으이그, 내가 미친 줄 알아요. 그까짓 북한 말은 배워서 어디다 쓰려고 날 보고 메모까지 해두라고요?”

“허허허, 그게 아니라니까. 혹시 이다음에 통일이 되면 유용하게 사용하게 될 수도 있잖아.”


“그게 아니죠. 만일 통일이 된다면 북한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말을 쓰게 해야지, 우리가 북한말을 쓴다면 그게 말이나 돼요?”


“하하하, 그래? 그럼 이번에는 아주 쉬운 걸로 내줄게. 아마 이것도 모르진 않겠지?”


“뭔데요?”


⑤중간 방어수란 말은 알고 있겠지?”


“그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지?”


“뚱딴지라니? 그것도 엄연히 축구 용어란 말이야.”


“축구 용어면 무얼 해요.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아내는 재미가 없다는 듯 이렇게 대꾸하고는 성실 씨를 향해 약간 눈을 흘겼다. 그러자 성길길 씨가 그런 아내의 모습이 사랑스럽다는 듯 흐뭇해진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허허, 알았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한 문제만 더 내볼게. 이것도 축구 용어인데 ⑥문지기가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겠지?”


“아이구, 몰라요. 몰라. 골치 아파요. 이젠 재미없으니까 그만둬요.”


아내는 더욱 재미가 없다는 듯 이번에도 성실 씨를 향해 눈을 흘기고 있었다.


“하하하, 당신 오늘 모두 못 맞췄으니까 빵점이야 빵점. 알겠어? 하하하…….”


성길 씨는 오늘따라 그런 아내의 모습이 더욱 사랑스럽다는 듯 껄껄 웃고 있었다.(*)







< 북한말 풀이 >


① 스파이크 ② 센타포드 ③ 센터링 ④ 볼펜 ⑤ 미드필드 ⑥ 골키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