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내일은 혜영이의 생일이다.
혜영이의 생일이 가까워지자 성길 씨와 아내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이번 생일에는 오후에 혜영이 친구들을 초대하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여보, 이번 생일날 혜영이 친구들이 몇 명이나 온대?“
”아주 친한 친구만 골라서 대여섯 명 초대했다고 하던데요.“
”그럼 우선 케이크는 준비해야 되겠지? 요즘 케이크가 아주 비싸다고 하던데.“
”그럼 케이크가 비싸다고 안 사요? 생일 땐 케이크가 기본인데.“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혜영이가 ① 열스럽지 않을 정도로 좀 큼지막한 걸 사도록 하라구.“
성길 씨가 자꾸 참견을 하는 바람에 아내가 약간 귀찮다는 듯 대꾸하였다.
”알았어요. 내가 내일 알아서 할 테니까 당신은 그저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으라니까요.“
”알았어. 그런데 혜영이가 좋아하는 ② 설기과자도 좀 사와야 하지 않겠어?“
”케이크가 있는데 그건 또 왜 사와요.“
”아하, 그렇구나.“
혜영이가 반 친구들을 모처럼 처음으로 초대하는 생일이어서 성실 씨는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혹시 혜영이 친구들을 초대했다가 흉이나 떨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었다.
”내일은 특별히 ③방거두매도 잘 하도록 하고 말이야. 알겠지?“
”글쎄, 내가 다 알아서 한다니까 왜 이렇게 잔소리가 많아요?“
”글쎄, 그건 그런데 나중에 친구들이 혹시 ④ 숙보는 일이 생길까 봐 그렇지. 집도 이렇게 널찍하지 못하고 ④풍막 같아서 말이야.“
”괜찮아요. 그런 게 그렇게 걱정이 되면 나중에 덩그런 집이나 한 채 사게 돈이나 많이 벌 생각이나 해요.“
”알았어. 그건 나중이고 지금 당장 창피하니까 그렇지. 그리고 참 ⑤얼음보숭이도 좀 사와야할 거 아니야?“
”날씨도 선선해졌는데 그건 또 왜 사 와요?“
”치이, 모르는 소리. 요즈음은 한겨울철에도 그걸 사먹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하고 하는 소리야?“
”글세, 그건 그렇지만 이번에는 그만두려고요. 그리고 당신 좁쌀 영감처럼 자꾸만 이렇게 찬견 좀 그만하고 내일 일찍 출근하려면 어서 잠이나 자요.“
”알았대두. 그건 그렇고. 당신 내가 이런다고 자꾸만 ⑥진소리하는 걸로 여기면 안 돼. 이게 다 혜영이를 위해서 하는 말이니까.“
그러자 아내가 못 말리겠다는 듯 눈을 약긴 흘기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호호호……. 네네, 알았습니다. 내가 말리지 않을 테니 그럼 염려 말고 자꾸만 더 하세요.“
”사람두 차아암, 하하하…….“
아내의 말에 성길 씨도 껄껄 웃고 있었다. 그렇게 혜영이의 생일 전날 저녁은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 * )
① 창피스럽다 ② 카스테라 ③ 방청소 ④ 업신여기다 ⑤ 아이스크림 ⑥ 잔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