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무덥기만 하던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지면서 마침내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성길 씨가 현재 살고 있는 고장에서는 해마다 가을철이면 참게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소문을 듣고 멀리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참게는 매운탕을 끓여서 술 안주로 먹어도 좋다. 하지만 가을에 잡는 참게는 뜨거운 간장을 부어 게장을 만들어 먹는 것이 오래 먹을 수도 있고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참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참게장을 가리켜 ‘밥도둑’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그래서 게장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가 없었다. 장을 담근 참게 한 마리만 있으면 밥을 한 그릇 먹고도 남아돌아갔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조선 시대 때에는 이 고장에서는 참게를 잡아 왕에게 진상품으로 바치기까지 했으랴. 성길 씨는 평소에도 낚시를 좋아하지만, 가을이 오기가 무섭게 늘 게 낚시를 하기에 바쁘다.
작년에도 주말이나 휴일, 그리고 평일에도 저녁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참게를 잡곤 했는데 아마 2~3백 마리는 잡았던 것 같다. 잡은 참게가 너무 많아 가까운 이웃이나 참게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나주어 주기도 하였다.
오늘은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토요일.
성길 씨는 어제저녁부터 작년에 사용하던 참게 망을 수리하고 정리하느라고 밤 늦게까지 분주했다.
오늘따라 일찍 아침을 먹고 난 성길 씨는 급한 마음에 아내와 혜영이를 바라보며 서둘기 시작했다. 오늘은 게를 잡기 위해 식구들이 다 같이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자, 이제 다를 먹었으면 어서 출발을 해보자구. 그리고 오늘은 ①차단소 앞을 거쳐서 갈까, 다른 길로 돌아서 갈까?“
성길 씨가 서두르며 묻자 아내가 대답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봐요? 어딜 가든 핸들을 잡은 사람 마음대로지.“
”하하하, 아참, 그런가?“
이번엔 아내가 성길 씨에게 물었다.
”당신 참게 망이랑 파라솔 그리고 참게 잡아서 담을 통은 자동차에 다 실었어요? 나도 김밥이 좀 부족한 것 같아서 조금만 더 만들어 가지고 가려고요. 마실 물도 담아야 하고요.“
”알았어요. 그럼 난 자동차에 가서 낚시 도구들을 준비해 놓을 테니 준비가 되는 대로 얼른 빨리 나오도록 해요.“
”알았다니까요.“
잠깐 외출을 한다는 것이 왜 그렇게 준비할 물건들이 많은지 마치 소풍을 갈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럭저럭 모든 준비를 마치자 세 식구 모두 자동차에 오르게 되었다.
자동차는 어느새 오늘 참게낚시를 하기로 한 수로를 향해 들판 길을 달리고 있었다.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들판을 바라보던 성길 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히야! 이 드넓은 벌판의 벼이삭들이 모두 황금빛으로 출렁이고 있구만. 북한에는 ②포전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③ 다락논들이 많거든.“
성길 씨의 말에 혜영이도 한마디 끼어들었다.
”그럼 남한과 북한이 지형이 훨씬 다른데 같을 리가 있겠어?“
”아하, 그렇구나. 우리 혜영이가 아주 똑똑한 걸. 하하하…….“
자동차는 어느새 참게 낚시를 할 수 있는 수로에 다다르게 되었다. 수로에는 이미 참게를 잡고 있는 낚시꾼들이 많이 와서 앉아서 잡고 있었다. 파라솔이 수없이 많이 펼쳐져 있는 것만 보아도 금방 알 수 있었다.
게낚시 도구들을 모두 챙겨서 나누어 들고 수로로 걸어가다가 성길 씨가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오늘은 어느 자리에 가서 해야 많이 잡힐지 몹시 ④ 궁겁단 말이야. 참게를 많이 잡으려면 자리를 잘 잡아야 하거든.“
그런데 그때 맞은편에서 참게를 잡고 집으로 돌아가던 아저씨가 성길 씨의 말을 들었는지 매우 자세하고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저 아래 버드나무가 서 있는 바로 그 오른쪽에서 참게가 많이 잡힌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성길 씨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얼른 그 아저씨가 가르쳐 준대로 버드나무 옆으로 가서 우선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았다.
파라솔까지 폈지만 가을 햇쌀은 여전히 매우 뜨겁고 더웠다. 너무 더운 날씨었기 때문에 성길 씨는 혜영이가 걱정이 되었다.
”혜영아, 날거리가 너무 뜨거우니까 이 파라솔 쪽으로 좀더 가까이 오란 말이야. 그리고 ⑤능쪽으로 와서 앉아 있으라구.“
”아빠, 알았어.“
헤영이가 얼른 파라솔 가까이로 다가와서 앉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참게 낚시망을 펴놓은 지가 30분이 지났는데도 참게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자 너무 답답했는지 성길 씨가 좀 짜증스럽다는 듯 다시 혼자 줄얼거리고 있었다.
”허, 그거 참 이상하다. 아직까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으니 말이야. 혹시 아까 그 아저씨가 나한테 ⑥꽝포를 놓은 거 아닐까?“
그러자 아내가 바로 대꾸를 하게 되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봐요. 혹시 나중에는 잘 잡힐지 누가 알아요.“
”…….“
아내의 말에 성길 씨가 이번에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수면 위에서 이따금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는 찌만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따라 그렇게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있었다. ( * )
① 검문소 ② 농지정리 ③ 계단논 ④ 궁금하다 ⑤ 그늘진 곳 ⑥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