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외식하는 날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일요일 오후, 오늘은 성길 씨네 가족이 모처럼 외식을 하러 가기로 약속한 날이다. 며칠 전부터 혜영이가 짜장면을 한번 먹고 싶다고 짜장면 타령을 자주 했기 때문이었다.
성길 씨와 아내, 그리고 혜영이가 신바람이 나서 밖으로 나왔다.
혜영이는 오랜만에 짜장면을 한번 실컷 먹어볼 수 있게 되었다는 부푼 마음에 벌써부터 입이 귀에 걸렸다.
짜장면을 잘하기로 소문난 중국 음식점은 집에서 제법 먼 곳에 있었다. 그래서 모처럼 기분을 내기 위해 차를 몰고 가기로 하였다.
가족들은 모두가 급히 차에 올라탔다.
“히야! 이거 오늘 춥지도 덥지도 않고 ①날거리가 아주 ② 억이 막힐 정도로 아주 좋구먼!”
운전대에 앉은 성길 씨도 모처럼 가족들과 같이 외식을 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바로 자동차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어엉?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신바람이 나서 시동을 걸고 있던 성길 씨가 갑자기 놀란 표정으로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그런 성길 씨를 보자 아내가 급히 물었다.
“아니 왜 그래요?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어요?”
“보면 몰라? 이놈의 차가 갑자기 시동이 안 걸리니까 그렇지.”
“멀쩡하던 차가 갑자기 웬일일까요? 이 차 배터리를 바꾼 지도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그러게 말이야. 차를 오래 세워두었던 것도 아닌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성길 씨는 그러면서도 몇 차례 더 시동을 걸어보기 위해 키를 열심히 돌려보았다. 그러나 자동차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혜영이도 그만 울상이 되어 한마디 했다.
“아빠 그러니까 미리미리 점검을 해두란 말이야.”
“알았어요, 알았어. 우리 혜영이를 위해서라도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그리고 오늘은 어쩔 수 없이 긴급출동서비스를 불어야 하겠는걸.”
성길 씨는 ③ 대미처 전화로 긴급출동서비스를 불렀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30분 뒤, 기사가 와서 시동을 걸어주고 나서야 겨우 시동이 걸리게 되었다.
겨우 안심을 하게 된 아내가 다시 물었다.
“왜 그랬대요?”
“물어보지도 못했지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기사가 ④ 배워주지도 않는걸.”
“그걸 말이라고 해요? 물어보지 않은 당신이 잘못이죠.”
“아하, 그랬구나! 내가 너무 당황해서 그만 깜빡했지 뭐야. 하하하…….”
성길 씨도 이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이렇게 한바탕 큰소리로 너털웃음을 웃고는 차를 몰기 시작했다.
자동차는 어느 틈에 복잡한 거리를 지나 비교적 한적한 교외를 미끄러지듯 달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모처럼 바라보는 교외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좋았다. 차창 틈으로 들어오는 공기또한 너무나 상큼하고 신선해서 기분이 아주 그만이었다.
“아니 저기 언제부터 저렇게 예쁜 집들이 생겼죠?”
한동안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던 아내가 먼저 성길 씨에게 물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아담하게 지은 아파트 몇 채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아, 저거? 저건 ⑤후방가족들이 사는 아파트라고 하더라고. 아마 저 아파트 생긴 지가 꽤 됐을걸.”
“아하, 그래요?”
이번에는 바깥 풍경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혜영이가 갑자기 끼어들며 물었다. 도롯가에서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할머니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아빠, 저 할머니들을 길가에 앉아서 무얼 저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거지?”
“아하, 저 할머니들 말이니?“
”응.“
”저 할머니들은 지금 한창 ⑥풀잡이를 하고 계신 거야. 저렇게 풀잡이를 안 해주면 도로가 미관상 보기 싫지 않겠니?“
”아하, 그렇구나!“
혜영이는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자동차는 아까보다 더욱 속력을 내면서 중국 음식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모처럼 가족끼리 오붓하게 즐겨보는 드라이브이며 외식이었다. ( * )
< 북한말 풀이 >
① 날씨 ② 기가 막히다 ③ 곧바로/즉시 ④ 가르쳐주다 ⑤ 군인가족 ⑥ 김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