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삼겹살 파티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오늘도 성길 씨네 가족이 모두 모인 저녁 식사 시간이다.


아내가 어느새 정성껏 저녁상을 차려 놓았다. 모처럼 성길 씨도 혜영이도 좋아하는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삼겹살도 식탁에 올려졌다.


식탁 가득 먹음직스럽게 잘 차려진 음식들을 보자 성길 씨의 입이 팥섬만큼이나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으와아~~ 당신 어느 틈에 이렇게 많은 음식들을 ①작식했어? 꼭 ②일무리 밥상 같은걸. 허허허…….“


”요즘 회사에 다니느라고 당신이 너무 고생을 하는 거 같기에 기운 좀 내라고 내가 신경 좀 썼네요. 그러니까 맛있게 많이 들어요. 혜영이도 많이 먹고.“


”그래? 역시 우리 마누라 밖에 없구먼. 고마워. 그럼 잘 먹을게.“


”나두 엄마.“


성길 씨는 젓갈로 우선 삼겹살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아니 그런데 삼겹살은 잘 구워놓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뭐가요?“


③부루가 없잖아? 깜빡 잊고 안 사온 거야?“


”호호호……. 내가 깜빡 잊은 게 아니고 못 사 온 거라니까. “


”아니 왜?“


”왜라니요? 요즘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당신 알기나 해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그게 없어도 그냥 먹어요.“


”아무리 비싸도 그렇지, 삼겹살을 사 올 땐 그것도 사 와야지.“


”그러니까 그런 걸 마음대로 먹고 싶으면 돈 좀 많이 벌어오도록 해요. 그땐 내가 얼마든지 사 올 테니까. 호호호…….“


”으이그, 입만 벌렸다 하면 그놈의 돈 타령은……. 그럼 사장님한테 올 연말에 받을 ④가급금이라도 미리 좀 달라고 부탁해 볼까?“


”그건 안 돼요. 그걸 미리 받아오면 그때 가서는 어떻게 살려구요?“


”하하하, 알았어요, 알았어. 거 ⑤남새값이 크게 오른 모양이군! 혜영아, 엄마가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단다. 그러니까 너도 할 수 없이 이번에는 그냥 먹어야 하겠다.“


”아빠, 괜찮아. 난 그거 없이 먹어도 맛있는걸.“


”그래? 그럼 잘 됐구나. 어서 밥이나 먹자꾸나.“


성길 씨는 조금 전에 밥상을 대할 때보다 조금 풀이 죽은 표정으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먹는 삼겹살이라서 그런지 모두 맛있게 먹고 있었다.


한동안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던 성길 씨가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거, 옛날 생각이 갑자기 나는구먼.“


”무슨 생각인데요?“


”좀 오래됐지. 그 어느 해에도 남새값이 몹시 비쌌거든. 그런데 그때 어느 고기 집에 가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음식점 주인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뭐라고 했는데요?“


”음식점 주인 말이 손님들이 차라리 고기를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더 줄 것 같은데 부루를 달라고 하는 손님이 제일 밉더라는 거야. 그만큼 부루가 비쌌던 거지. 하하하…….“


조금 뒤 혜영이가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슬그머니 바라보고 있던 성길 씨가 다시 혜영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혜영이가 국에 있는 건더기만 건져 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혜영아, 넌 건더기만 먹고 ⑥마룩은 왜 맛이 없니? 진짜 영양분은 마룩에 있는 거란 말이야.“

”그건 나도 알지만 그래도 난 싫어. 건더기만 먹을래.“


”그렇게 음식을 가리면 안 된다니까. 아무거나 골고루 다 먹어야지.“

”알았어, 아빠. 이다음에 자라면 다 먹을게.“


성실 씨는 혜영이가 무슨 짓을 해도 한없이 귀엽고 대견스럽기만 하였다.


그래서 맛있게 밥을 먹고 있는 혜영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너털웃음을 웃고 말았다.


”워언, 녀석두. 허허허…….“( * )







< 북한말 풀이 >


① 식사를 지음 ② 손님치르기 ③ 상추 ④ 상여금 ⑤ 채소값 ⑥ 국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