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자전거 산책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기다리고 기다리던 즐거운 휴일이 다시 돌아왔다.


성길 씨 내외는 미리 계획했던 대로 자전거 두 대를 빌렸다. 기분도 전환할 겸 운동도 할 겸 자전거를 타보기로 했던 것이다.


자전거를 빌린 세 식구는 페달을 천천히 밟으며 교외로 나갔다. 혜영이는 성길 씨의 뒤에 태우고 아내는 그 뒤를 따랐다. 힘은 좀 들었지만 상쾌하고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한참 뒤를 열심히 따라오던 아내가 몹시 힘이 들었는지 뒤에서 소리쳤다.


“여보, 좀 천천히 가요! 힘들어 죽겠어요.”


“아 알았어. 그럼 잠깐 쉬었다가 갈까?”


“그래요. 그게 좋겠어요. 어이구, 숨차 죽겠네.”


세 식구는 마침 길가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잠깐 숨을 돌린 아내가 성길 씨에게 물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힘이 좋아요? 혜영이를 뒤에 태우고도 그렇게 힘이 좋으니 말이에요. 도저히 못따라가겠더라니까요.”


“허허, 이게 다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라니까. 북에 있을 때 짐을 싣고 ① 도간도간 타본 경험이 있거든.”


“그래요? 무슨 짐을 실어요?”


“무슨 짐이라니? 거기서는 물건을 운반할 때 아직도 지게가 아니면 손수레를 많이 이용하거든. 그러니까 자전거도 짐을 운반할 때 많이 쓰이곤 하지.”


“아하, 그래서 그때 자전거를 많이 타 봤군요. 그럼 자전거에 짐은 얼마나 실을 수 있어요?”


“아마 작은 ②도레라를 자전거 뒤에 매달고 달린다면 아직도 혜영이 같은 아이들 두세 명 정도는 태우고 달릴 수 있을걸.”


성길 씨의 설명을 들은 아내와 혜영이의 눈이 커다랗게 되고 말았다. 입도 딱 벌어지고 말았다.


“히야아~~ 놀랬다. 당시 힘이 그 정도로 좋아요?”


“우와아~~~ 우리 아빠 정말 대단하구나!”


“허허, 그 까짓걸 가지고 놀라기는…….”


아내와 혜영이가 놀란 표정으로 칭찬을 해주는 바람에 성길 씨는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그러자 아내가 다시 물었다.


“당신 혹시 그거 거짓말 하는 거 아니에요?”


“어이구, 이 사람 속고만 살았나. 그거 절대로 ③우통치는 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알았어요. 알았어. 믿어줄게요. 호호호…….”


“그거 절대로 꽝포(거짓말)가 아니라니까 자꾸 그러고 있구먼.”


“글세 알았다니까 왜 자꾸만 그래요? 어디 이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한번 봅시다, 호호호…….”


“자, 그런 이만큼 쉬었으면 다시 슬슬 출발해 볼까? 그나저나 배가 좀 고프고 출출해지는걸.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간단히 ④줴기밥이라도 해올 걸 그랬나 봐.“


성길 씨의 말에 아내가 대꾸했다.


”으이구, 이제 와서 그런 소릴 하면 무슨 소용이 있어요. 정 배가 고프면 다시 가다가 아무 데나 들러서 요기를 좀 하도록 해요.“


”알았어. 그 정도로 배가 고픈 건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자, 혜영이도 얼른 일어나서 다시 내 자전거 뒤에 올라타렴. 어떠니? 자전거 뒤에 타고 가는 것도 재미있지?“


”응, 나 근데 갑자기 급한 볼일을 봐야 할 텐데 어떡하지?“


혜영이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성길 씨와 아내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마땅한 곳이 없었다. 난처했다.


그러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성길 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할 수 없다. 여긴 야외라 ⑤위생실이라고는 없으니 저기 ⑥고양나무가 우거져 있으니 그 뒤에 가서 볼일을 보고 오렴.“


”싫어. 무서워. 거기서 뱀이 나오면 어떡하라구?“


그러자 아내가 혜영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아니야. 괜찮아 엄마가 따가라 줄게. 자, 어서!“


그제야 마지못해 혜영이가 고양나무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북한말 풀이 >


① 드문드문 ② 트레일러 ③ 허풍떨다 ④ 주먹밥 ⑤ 화장실 ⑥ 회양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