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팔월 한가위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오늘따라 거실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성길 씨의 표정이 왠지 쓸쓸해보였다.

입에서는 이따금 가느다란 한숨까지 새어 나오고 있다.


그런 성길 씨를 곁눈질로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던 아내가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여보, 당신 무슨 언짢은 일 있어요?“


”아, 아니, 왜? 무슨 일이 있는 거 같아 보여?“


”아니 왠지 다른 때와 달리 풀이 좀 죽은 것 같아서……. 그런 게 아니라면 다행이고.“


성길 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어두운 표정이 가시질 않고 한숨만 쉬고 있었다. 그러자 아내가 다시 물었다.


”으이그, 웬 한숨을 자꾸 쉬고 그래요? 그러다 땅 꺼지겠어요.“


그러자 성길 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보, 이런 때 하다못해 ①결찌라도 한군데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소.“


”그건 또 새삼스럽게 무슨 소리예요?“


”새삼스럽다니, 내일모레가 명절이잖아.“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난 뭐 ②열물주머니도 없는 사람인 줄 알아? 이런 때 가까운 친척들과 모여 앉아서 ③도손도손 이야기라도 나누며 맛있는 음식이라도 같이 나누어 먹으면 얼마나 좋겠어?“ 안 그래?”


“그러면야 얼마나 좋겠느냐만, 당신이나 나나 부모님이 안 계시고 형제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자꾸 그런 생각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어요.”


“그래, 당신 말이 맞아. 그렇지만 벌써부터 고향에 간다고 들떠서 ④줴쳐대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좀 그렇네. 그거 차암. 후유~~~.”

성길 씨는 여전히 쓸쓸해진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런 성길 씨를 바라보고 있는 아내도 덩달아 마음이 착잡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난 듯 아내가 물었다.

“아참, 그럼 우리 명절날은 혜영이 데리고 소풍을 가는 게 어떨까요?”


“아, 그게 좋겠네. 김밥도 좀 싸고 혜영이가 좋아하는 가락지빵(도넛)과 ⑤바삭과자도 좀 사고 말이오.”

“그래요. 그리고 우리 가족끼리 실컷 기분 좀 내고 와요. 네?”


“그래요. 우리끼리 한번 실컷 놀아 보자구. 하하하…….”


아내도 성실 씨도 그제야 조금 어두워졌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웃고 있었다. 그리고 성실 씨가 한 가지 더 덧붙였다.


“우리 그럼 그날은 혜영이가 좋아하는 동요도 같이 실컷 부르고 ⑥군중가요도 목청껏 부르다가 오자구. 알았지?”

“네, 그러자구요. 호호호…….”


“하하하…….”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기쁨에 넘쳐 포옹을 하고 있었다. ( * )





< 북한말 풀이 >


① 먼 친척 ② 쓸개 ③ 오손도손 ④ 떠들어대다 ⑤ 비스킷 ⑥ 대중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