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여자

다시 만난 그녀

by 도파민경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손 하나가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열림’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다시 벌어졌고,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들어왔다.

“감사합니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심장이 한 번 세게 내려앉았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직접 잡았던 사람이었다.

몇 해 전, 잔혹한 사건이었다. 피해자는 끝까지 저항했고, 현장은 엉망이었다. 피와 비명, 그리고 마지막까지 입을 다물던 피의자.

그 피의자가 지금 내 앞에 서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형사님.”

그녀가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7층에서 멈췄고, 나는 내렸다. 문이 닫히기 직전, 그녀의 말이 들렸다.

“저, 바로 위층 살아요.”


---

그날 이후로, 집이 낯설어졌다.

발걸음 소리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밤이면 괜히 거실 불을 꺼두지 못했고, 현관문 잠금장치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딸은 아무것도 모른 채 평소처럼 지냈다.

“아빠, 오늘 배드민턴 안 가?”

“… 가야지.”

나는 평소처럼 라켓을 챙겼다. 일상은 유지해야 했다. 그래야 무너지지 않는다.

체육관에 들어섰을 때, 익숙한 얼굴들 사이에서 낯선 얼굴 하나가 보였다.

그리고 그 낯선 얼굴이… 나를 보고 웃었다.

“여기서도 뵙네요, 형사님.”

라켓이 손에서 미끄러질 뻔했다.

“저도 이번에 가입했어요.”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확했다.


---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 주변에 스며들었다.

“폼이 좋으시네요. 좀 알려주실 수 있어요?”

나는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주변 시선이 있었다.

“…간단한 건.”

그녀는 금방 따라 했다.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역시 형사님이네요. 가르치는 것도 잘하시고.”

그 말이 칭찬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날 이후, 그녀는 종종 말을 걸어왔다. 사소한 질문, 사소한 웃음.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말했다.

“따님… 초등학생이죠?”

손이 멈췄다.

“어떻게 알았지?”

“엘리베이터에서 몇 번 봤어요. 귀엽더라고요.”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지 않았다.


---

그날 밤, 나는 과거 사건 파일을 다시 꺼냈다.

사진을 넘기고, 진술서를 읽고, 판결문을 다시 봤다.

증거는 충분했다. 상황도 명확했다.

그녀가 범인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수감 중 모범수. 문제 행동 없음.

그리고… 피해자 유족의 탄원서.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그 문장이 눈에 박혔다.

왜?


---

며칠 뒤, 딸이 말했다.

“아빠, 윗집 이모 착해.”

“뭐?”

“초콜릿 줬어. 그리고 놀이터에서 숙제하고 있었는데 오시더니 숙제도 도와줬어.”

피가 식는 느낌이었다. 몇 번이나 마주치다 보니, 딸도 자연스럽게 경계를 풀어버린 모양이었다.

“다음부터… 그 이모랑 둘이 있지 마.”

“왜?”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

그날 밤, 현관 앞에 작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열어보니, 배드민턴 셔틀콕 몇 개.

그 안에 쪽지가 있었다.

‘형사님, 너무 경계하지 마세요.’

손이 떨렸다.

이건 분명히 선을 넘은 행동이었다.


---

며칠 후, 출근을 위해 엘리베이터에 탔더니 그녀가 있었다. 서늘한 눈으로 미소를 띤 채 나를 바라봤다.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아직도 저를 그렇게 보시네요.”

내 마음이 이미 눈빛에 드러났을 거다.
나는 정면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당연하지.”

“그 사건… 형사님이 알고 있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세요?”

“…무슨 말이지?”

그녀는 잠시 나를 보다가, 작게 웃었다.

“아니에요. 그냥… 조심하세요.”

“뭐를?”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

그날부터 이상한 느낌이 더 짙어졌다.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는 기분.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지만, 분명히 누군가 있는 느낌.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는 느낌은, 그녀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날, 딸이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때, 전화가 왔다.

“… 지금 밖이에요. 따님이랑.”

그녀였다.

나는 바로 뛰쳐나갔다.


---

아파트 뒤편, 어두운 골목.

딸이 그녀 뒤에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낯선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숨은 붙어 있었다. 하지만 의식은 없었다.

“이 사람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그 사건… 진짜 범인.”

나는 말을 잃었다.

“저 혼자 한 거 아니에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때… 이 사람을 막으려다가…”

잠깐 숨을 고른 뒤, 말했다.

“제가 뒤집어썼어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그녀가 고개를 떨궜다.

“그땐… 그 사람이 그런 짓을 할 줄 몰랐어요.”

짧은 침묵.

그리고 아주 작게—

“사랑했거든요.”


---

경찰이 도착했고, 상황은 정리됐다.

경찰에게 진실을 알리겠다고 한 그녀에게 그 남자는 찾아왔고, 아파트 뒤편에서 만났다. 그리고 뒷주머니에 흉기를 숨겨둔 것을 마침 지나가던 내 딸이 그녀에게 소리쳐 알려준 거다.
그리고 그녀가 갖고 있던 배드민턴 라켓으로 머리를 내리쳐 남자를 기절시켰다.

남자는 깨어났고, 모든 걸 자백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다.

나는 몇 년 전, 절반짜리 진실로 그녀를 감옥에 보냈다.


---

며칠 후, 다시 엘리베이터에서 그녀를 만났다.

“이제… 믿으세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웃었다.


---

체육관.

딸이 웃으며 셔틀콕을 날렸다.

“아빠! 받아!”

나는 라켓을 들었다.

그녀도 코트 반대편에 서 있었다.

우리는 셋이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게임을 시작했다.

셔틀콕이 오갔다.

웃음도 오갔다.

그런데—

나는 계속 그녀를 보고 있었다.

정말 괜찮은 걸까.

정말… 이게 전부일까.

그녀가 셔틀콕을 받아치며, 나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 웃음이—
어쩐지, 끝까지 믿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