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조끼

친구는 꿈을 이루었다

by 도파민경제

그날 캠퍼스는 아침부터 들떠 있었다.
잔디밭에는 천막이 줄지어 세워졌고,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축제 부스를 돌아다녔다. 어디선가 튀김 냄새가 풍겼고, 스피커에서는 리허설 음악이 흘러나왔다. 나는 친구 민수와 함께 축제장을 걷고 있었다.

오늘 저녁, 유명 가수가 공연을 한다.
민수는 그 가수의 오랜 팬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의 노래를 들으며 시험공부를 했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의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다. 노래방 애창곡도 그의 노래들이었다. 민수는 그의 노래를 꽤 잘 부른다.

그래서 축제에서 진행된 **“팬과의 만남 이벤트”**에 누구보다 진심으로 참여했다.

민수는 그 가수의 팬과의 만남 이벤트가 학교 축제에서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의 학교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오고, 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분명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오후가 되자 이벤트 당첨자를 확인하는 시간이 왔다.
무대 옆에서 스태프가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민수 씨 맞죠?”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태프는 파란 조끼 하나를 건넸다.

“당첨자입니다. 잠시 후 무대에서 만남이 진행됩니다.”

민수는 잠깐 말을 잃었다.

“야… 나 진짜 된 거야?”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팬이라며. 오늘 꿈 이루는 날이다.”

파란 조끼를 입은 사람은 총 네 명이었다.
우리는 무대 옆에서 기다렸다.

민수는 계속 손을 비비며 긴장하고 있었다.

“말하면 떨릴 것 같다.”

“그래도 뭐라도 말해.”

“악수라도 하면 좋겠다.”

해가 기울고 공연이 시작됐다.
환호 속에서 가수가 등장했다.

민수의 눈은 무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가수의 노랫소리가 학교 전체에 울려 퍼지고 학생들은 환호했다. 민수와 나도 연신 ‘미쳤다’는 말을 서로 주고받으며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몇 곡이 지나고 사회자가 말했다.

“이제 팬과의 특별한 만남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관객들이 환호했다.

“오늘 선정된 네 분을 무대로 모시겠습니다!”

민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첫 번째 당첨자!”

한 명이 올라갔다.

“두 번째 당첨자!”

또 한 명이 올라갔다.

“세 번째 당첨자!”

세 번째 학생이 무대에 섰다.

민수는 긴장한 채 서 있었다.

하지만 네 번째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웃으며 말했다.

“세 분과 함께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민수는 멍한 얼굴로 서 있었다.

“... 어?”

무대 위에는 세 명뿐이었다.

우리는 바로 스태프에게 갔다.

“저기요. 당첨자 네 명이라고 했는데요.”

스태프는 명단을 보더니 말했다.

“어… 누락된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 올라가면 되는 거죠?”

“지금은 진행 중이라 어렵습니다.”

민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는 가수와 팬들이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민수는 파란 조끼를 입은 채 무대 옆에 서 있었다.

민수와 나는 분노와 부러움의 마음을 표정으로 드러낸 채 무대를 지켜보았다.

결국 이벤트는 세 명으로 끝났다.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돌아갔다.

민수는 조끼를 벗으며 말했다.

“당첨은 시켜놓고 그냥 빼버리네.”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스태프에게 갔다.

“이거 어떻게 되는 겁니까?”

스태프는 짧게 말했다.

“학교 측에 문의해 주세요.”

우리는 축제장을 걸어 나왔다.

멀리서 무대 조명이 하나둘 꺼지고 있었다.

잠시 후 민수가 말했다.

“이거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

“그래.”

“다음 주부터 학교랑 행사 측에 계속 클레임 넣을 거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처음 당첨되었을 때부터 파란 조끼를 입고 인증샷을 찍었었고, 행사장에서도 여러 사진과 동영상들을 찍었다.
당첨되었지만 행사에는 제외된 사연을 SNS에 올리고 여론을 얻어 클레임을 제기할 것이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우리를 불렀다.

“저기요!”

우리가 돌아봤다.

한 남자가 급하게 뛰어오고 있었다.
목에는 행사 스태프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민수 씨 맞으세요?”

민수가 놀라서 말했다.

“네… 맞는데요.”

그 남자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아까 이벤트 진행할 때 누락된 분 맞죠?”

민수의 표정이 굳었다.

“네.”

그 남자가 말했다.

“가수님이 방금 물어보셨어요.”

“네?”

“왜 네 명이라고 했는데 세 명만 올라왔냐고요.”

민수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backstage로 오시라고 합니다.”

민수는 잠깐 말을 잃었다.

“지금… 요?”

“네. 가수님이 직접 보자고 하셨어요.”

잠시 후 우리는 무대 뒤쪽으로 들어갔다.

복도 끝에서 누군가 서 있었다.

민수가 가장 좋아하던 가수였다.

가수는 민수를 보자 웃으며 말했다.

“오늘 네 번째 팬이었죠?”

민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수는 손을 내밀었다.

“늦어서 미안해요.”

민수는 떨리는 손으로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민수의 얼굴에서 하루 종일 쌓여 있던 억울함이
조용히 사라졌다.

멀리서 축제장의 마지막 조명이 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
민수의 축제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