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의 시작
주말 오후였다. 나는 민우의 손을 잡고 도심 공원의 놀이터 앞에 서 있었다.
하얀 에어바운스가 높고 낮음이 있다. 위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아빠, 빨리.”
민우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신발부터 벗어야지.”
나는 허리를 숙여 민우의 운동화 끈을 풀었다. 손이 느렸다. 이런 공간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아이들로 가득 찬 공간에 있으면, 내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민우는 신발을 벗자마자 에어바운스 위로 뛰어 올라갔다.
작은 몸이 공기 위로 떠올랐다가 다시 내려왔다. 아이는 웃고 있었다.
나는 입구 옆 벤치에 앉았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이곳에 온 이유를 떠올렸다.
최근 나는 민우와 자주 놀아주지 못했다. 일이 바빴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했다. 민우는 혼자 노는 시간이 점점 늘어갔다.
며칠 전, 민우가 물었다.
“아빠, 나랑 노는 거 재미없어?”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이곳에 왔다.
민우는 지금 웃고 있었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이이이이이 …”
큰 소음이 들렸다. 부모로서 혹시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싶은 본능에 의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주위를 살폈다.
소리는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옮겼다.
에어바운스 안쪽, 가장자리 근처에 한 아이가 서 있었다.
또래보다 조금 큰 체구. 짧은 머리. 겨울 날씨의 야외임에도 점퍼를 입지 않고 있다. 아이는 뛰지 않고 서 있었다.
그리고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이이이이 … 우우우우우 …”
입이 조금 열렸다 닫혔다.
표정은 없었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을 보지 않았다.
한쪽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괜히 시선을 돌렸다.
그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행동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대개 불편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작게 말했다.
“계속 저러네…”
그 말이 공기 중에 가볍게 흩어졌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에어바운스 안에서 한 아이가 그 아이 옆을 지나가다가 멈췄다.
“왜 저래?”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급히 다가와 아이를 데려갔다.
“저쪽 가서 놀자.”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했다.
나는 민우를 찾았다.
민우는 중앙에서 뛰고 있었다. 다른 아이와 부딪히고, 웃고, 다시 뛰었다.
괜찮아 보였다.
안심하려던 순간—
“이이이이이이 … 우우우우 … 이이이이이 …”
소리가 조금 더 빨라졌다.
나는 다시 그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에어바운스 한쪽 구석.
아이들이 몇 명 모여 있었다.
그중 한 아이가 앉아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나는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피곤한 아이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직원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직원은 아이 근처에 서 있던 보호자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조금만 진정시켜 주실 수 있을까요? 다른 아이들이 조금 놀라는 것 같아서요.”
보호자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네, 죄송합니다.”
그 목소리에는 익숙한 체념이 담겨 있었다.
보호자는 아이를 불러 어깨에 손을 얹었다.
“괜찮아.”
하지만 아이는 멈추지 않았다.
“이이이이이… 우우우우우 … 이이이이이이 …”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처음엔 단순히 거슬리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왜인지 모르게 신경이 쓰였다.
나는 민우를 다시 찾았다.
민우는 조금 전보다 에어바운스 가장자리 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때—
쿵.
둔탁한 소리가 났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에어바운스 한쪽에서 한 아이가 쓰러져 있었다.
몸이 옆으로 무너져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엔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 주변을 피해 뛰었다.
마치 단순한 장애물을 피하듯이.
“야.”
한 아이가 말했다.
쓰러진 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야, 일어나.”
대답이 없었다.
그 순간—
“어?”
누군가 말했다.
그리고 이어진 건—
“아!”
비명이었다.
“우리 애야!”
한 여자가 에어바운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직원이 뒤따랐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여자가 아이를 흔들었다.
아이는 반응이 없었다.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입은 조금 벌어져 있었다.
“119 불러요!”
직원이 외쳤다.
주변의 소리가 갑자기 멀어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사라졌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그때—
나는 들었다.
“이이이이이이…”
그 소리.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아이였다.
아이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아이를 보고 있었다.
쓰러진 아이를.
나는 기억해 냈다.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
그 아이는 이미 그 방향을 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단 한 번도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이이이이이… 우우우우우…”
나는 갑자기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 아이는—
알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느끼고 있었던 걸까.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직원이 아이를 안아 들었다.
아이의 몸은 힘없이 늘어졌다.
엄마는 울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서 있었다.
그 아이는 여전히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소리는 더 이상 소음처럼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는 나를 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방향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방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처음으로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같은 것을 보고 있지는 않았다는 걸.
우리는 모두 같은 소리를 들었지만,
같은 의미로 듣고 있지는 않았다는 걸.
나는 민우를 꼭 안았다.
민우의 심장이 내 가슴에 닿았다.
살아 있는 심장이었다.
에어바운스는 여전히 천천히 부풀었다 꺼졌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그 아이는 단 한 번도 이상한 소리를 낸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