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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남매워킹맘 Sep 02. 2021

교사가 먼저 읽는 고전 [돈키호테]

제대로 미쳐라!

  두 번째 도전한 고전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이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양장판 돈키호테를 본 적이 있는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소장욕구가 생길 정도로 보랏빛 바탕에 금박무늬가 입혀진 사랑스럽고 두꺼운 책이다. 그것도 두 권씩이나!! 16세기,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말도 안되는 모험을 하는 기사소설이지만, 내가 이 소설을 읽고 토론하는 이유가 있다. 독서 연수에서 강사님이 소개한 돈키호테 속 명언을 보고나서이다. 


감히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따자.

 

  특히, 마지막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따자는 표현에 마음이 훅~ 갔다. 작품에 관한 배경지식은 전혀 없이 단지 저 구절이 내 가슴에 콕 박혀서 이 책을 선택한 것이다. 마침 생각학교에서 함께 토론하는 과정이 생겨서 두말없이 선택하고 읽게 되었다. 


  두꺼운 표지를 넘기면서 내가 또 무모한 도전을 했나 싶었다. 이야기에 앞서 당시에 있던 가격 증명서류, 특허장, 소네트 등 돈키호테를 만나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힌 느낌이다. 그것도 잠시, 몇장 넘기다보니 돈키호테는 벌써 모험을 떠난다. 종자 산초 판사까지 스피드로 섭외했다. 당시 출판된 기사소설이란 기사소설은 모두 읽어버린 돈키호테는 드디어 자신이 소설 속 기사가 되겠노라 미치기 시작한다. 가는 길이 평탄하지 않다. 큰 키에 비쩍 마른 돈키호테는 엉뚱한 곳에서 기사서품식을 하고 주변 ‘보통의 사람들‘이 혀를 차며 비웃어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오로지 저 하늘의 별을 따러 전진하기만 한다. 돈키호테라면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에 올라가서 끝없는 사다리를 만들어 타고 올라갈 게 분명하다. 


  돈키호테는 거침없이 먼저 공격한다. 그는 기사도 정신으로 마땅히 할 일이라 생각한다. 그의 상상은 모험이 되고 두려움이 없다. 양떼를 공격하고, 시체를 옮겨가고 있는 사제들을 공격한다. 심지어 죄수들를 풀어주기까지 한다. 그런 무도한 공격과 도전에 따른 결과는 어금니가 빠져 나가고, 턱뼈가 얼얼해지고, 만신창이가 되는 것이다. 그런 그도 두려움을 느낀다. 깜깜한 깊은 산 속, 멀리서 크게 들리는 몽둥이 소리에 판사와 그는 두려움에 꼼짝 못한 채 밤을 보냈다. 정체는 빨래 방망이 소리! 


  놋대야를 맘브리노 투구라고 찰떡같이 믿는 그가 하는 말,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그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돌적인 미친 짓 가운데 깨알같은 명언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돈키호테 하면 '미친 놈', 광기로 압축할 수 있다. 미친 놈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말을 계속 한다. 볼품없이 비쩍 마른 외모에다 어설픈 창과 방패 등 차림새부터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 기사 소설을 엄청 읽어버린 나머지 스스로 편력기사가 되어 버렸다. 오직 돈키호테의 마음속에서만 존재하는 아름다운 귀부인 둘시네아, 어설프지만 끝까지 충성을 다하는 산초 판사, 돈키호테의 행적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모험을 끝내고 집으로까지 모셔오는(?) 신부님과 이발사 등 돈키호테는 편력기사로서 모험을 떠나기에 충분한 벗들이 있었다. 그의 광기는 누구를 만나든, 어디서든 빛이 났다. 오히려 돈키호테가 가진 광기가 부러워졌다. 

 

  나는 어디에, 무엇을 하며 광기를 가지고 살아가는지 질문해 본다. 지나온 날들을 떠올려 본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에 '광기'를 가져 본 적이 있을까? 부끄럽게도 나는 늘 주변을 의식하는 게 더 익숙했고, 정해진 길이나 결과가 예상되는 길을 선택하는 편이었다. 그것이 나한테 '안전함'을 가져다 주었다. 돈키호테를 보면서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혹은 그 이상) 광기를 부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지금 내 나이에, 내 위치에서 '광기'를 드러낼 수 있는 건 뭘까 고민하게 된다.

 

  광기를 고민하면서 이어진 질문이 '나는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이다. 얼마전, 코칭 과정을 소개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첫 시간은 자신을 파악하기 위한 단계로 강점 검사를 하는 시간이었다. 강점 검사가 뭔지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나 혼자서도 사이트(https://store.gallup.com 혹은 갤럽 강점검사로 검색)에서 검사가 가능하고,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 시간을 내어서 강점 검사를 해보니, 어렴풋이 내가 좋아하는 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명확한 단어로 5개로 딱 나왔다. 신기하다 여기면서도 그렇다면 그 다음은 이제 뭘 해야 하지 고민이 또 생겼던 경험이 있다. 


  돈키호테는 누구보다도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불의에 저항하지 않고, 정의를 지키기 위한 무모한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편력기사라고 각인되어 있었다. 나 역시 '나'는 어떤 사람이며, '나'를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 사람인지 각인될 만큼 나를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돈키호테의 무훈담 보다는 사랑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 어찌나 구구절절 사연이 있던지 돈키호테는 살짝 빠지고 다른 인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 같았다. 결국,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일상' 속에 삶과 죽음, 사랑과 배신, 복수 등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내가 찾아가야 할 모험을 만드는 게 나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 지금 내가 매일 읽고 쓰는 행위 역시 작은 모험을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읽기를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과 아침 6시 줌 라이팅으로 쓰기를 하고 있다. 쓰기를 통해 책 출간까지 목표를 삼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돈키호테가 행한 모험을 찾고 광기를 가지고 시도해 보는 것이 나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꿈 속에서도 멋진 모험을 즐기는 돈키호테는 여전히 현실 구분을 못한 채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중이다. 이 때, 가장 극적인 장면이 나온다. 엇갈린 운명의 주인공들이 재회하고 각자의 자리를 찾게 되는 만남이 나온다. 그들의 불행이 해소되는 순간이다.


  ‘모두가 말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도로테아는 돈 페르난도를,
돈 페르난도는 카르데니오를,
카르데니오는 루스신다를,
루스신다는 카르데니오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들이 가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곳, 바로 객줏집이다. 객줏집! 


 ‘이렇게 침묵과 눈물 속에서 그들은 이 객줏집에 도착했던 것인데,
자신으로서는 하늘에 온 것 같다고 했다.
이 땅의 모든 불행이 해결되어 마침표를 찍는 곳이 되었으니 말이다.‘

  돈키호테에서 영감을 얻은 장소이다. 시에라 모레나 산맥에서 험난한 모험과 미친 짓들이 객줏집으로 이동을 하니 사랑과 만남의 공간이 되었다. 돈키호테가 믿었던 것처럼 ‘마법에 걸린 성‘이 되어 버린 객주집! 교실이 바로 ‘객줏집‘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다양한 만남과 감정, 일이 생기는 곳이다. 마법처럼 일이 해결되고, 성장이 쌓여가는 곳, 그 곳이 교실이어야 한다. 아이들의 미소보다 불평과 불만이 더 많이 쌓이게 된 어느 날 하루, 조용히 교실을 먼 산 보듯 멀리 서서 바라보자. 그리고 이 곳은 마법에 걸린 객줏집이라고 생각해 보자. 돈키호테가 있는 것만으로도 해결의 장소가 되었던 것처럼 우리 교실에 수많은 돈키호테가 있으니 일은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 믿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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