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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희 Jan 15. 2020

시나브로::긴 여정을 시작하는 일

차근차근 하나씩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지구가 멸망이라도 하는 줄로만 알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꿈꿔온 나의 목표를 실현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른이 될수록 내 몸은 더 이상 내 몸이 아니게 되었고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람의 수가 많아졌다.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람의 수가 많다는 건 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 친구, 지인, 직장동료가 많다는 것이다.


휴직을 할 수밖에 없었던 휴직을 꼭 해야만 했던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주변 사람들을 하나둘씩 설득시켰고 그 과정 중에는 수많은 역경이 있었기에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벅차오른다. 혼자만 가지고 있던 고민을 회사에 털어놓던 날 그날의 떨림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몇 달 아니면 몇 년을 묵혀두었던 나만의 고민을 드디어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내 고민은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고민이 되어버렸다. 내 모든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한 번 말한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시작된 것.


그 시작은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쓰는 과거의 나를 매일 보람 있는 삶, 하루를 기록하는 나로 변화시켰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 존재, 가치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다. 남들이 볼 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별거 아닌 용기가 없었다면 시작조차 못 했을 일. 만약 그 날 내가 몸이 아파서 얘기하지 못했더라면, 만약 그 순간에 갑자기 더 중요한 일이 생겨서 얘기하지 못했더라면, 전전긍긍 속앓이를 하다가 끝내 얘기하지 못했더라면 과연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을까.


모든 게 타이밍이다.


내가 회사에 얘기하는 그 순간에도 누군가의 기다림이 있었기에 대화가 잘 진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살면서 사람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세 번이 있다. 사람은 그 세 번의 기회를 잡는 사람과 기회를 기회로 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나는 그 세 번의 기회 중 첫 번째 기회를 잡은 거일 수도 아니면 세 번의 기회 중 마지막 기회를 잡은 거일 수도 있다. 어쩌면 세 번의 기회는 이미 지나가고 무한대의 기회 중 한 번의 기회 일 수도.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주어지고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더 멀리 더 높게 가기 위해서는 오늘날 젊음의 도약이 필요하다. 도약이 없으면 그리 오래갈 수 없다. 자기가 머무르고 있는 주변에만 그칠 뿐. 그런 사람일수록 먼 훗 날 자기 자신을 되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는 일은 없다. 인생에 굴곡이 없는 사람이라면 굴곡을 만들어야 한다. 고난과 역경을 견디고 감내해야만 자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법이다. 평탄한 길은 재미가 없고 쉽게 얻은 정보는 그만큼 쉽게 세어나간다. 이제껏 평탄한 길을 살아왔다면 오늘을 마지노선으로 긋고 새로운 고난과 역경의 삶을 위해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은 앞으로 내가 살아갈 더 많은 날을 위한 도약이었을 뿐. 가까운 일에만 집중하다가 나의 소중한 젊은 날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앞만 보고 달리는 일상에 지쳤다면 젊음의 '쉼'도 좋다.


나의 소중한 시간, 일 년. 납득하기 어려운 일 년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을 나에게 허락해준 나의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덕분에 지금처럼 더 멀리 더 오랫동안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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