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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Jul 21. 2022

모든 시작은 꿈과 같다

 지구에서 남은 기간, 5년. 스텔라는 지구에서의 전 생애 동안 어떤 구체적인 한 사람을 그려왔고, 드디어 그가 그녀에게 나타났다. 스텔라는 텔레스에게 5년 뒤 함께 지구를 떠나자 했고, 그는 그녀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 텔레스는 자신이 어떤 약속을 하게 되었으며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제안이었는지를 과연 눈치챘을까.


“나, 얼마나 좋아해?”

“음.. 말로 표현할 수 없지.”

“그래도 비유해줘. 뭐뭐만큼 좋아한다, 이렇게!”

 스텔라의 귀여운 투정에 텔레스는 잠시 대답을 고민하지만, 막상 할 말이 잘 떠오르지가 않아 난감하다.


“그럼 내가 먼저 말할게! 나는 너를 목성만큼 좋아해. 아마 목성이 지구보다 크지 않았나?”

 스텔라의 발랄하고 엉뚱한 대답에 할 말을 찾느라 애쓰던 텔레스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번진다. 그는 그녀의 왼쪽 팔뚝께에 검지로 작은 원을 그린다.


“그럼 나는 이만큼을 뺀 만큼 좋아해.”

“오엥?! 그럼 거의 유니버스만큼이네!”

“그렇지. 엄청 좋아한다는 뜻이지.”

“으악! 그럼 목성이 훨씬 더 작잖아! 내가 졌어..”

 텔레스의 대답을 듣고 신이 난 스텔라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웃음을 참는다. 그녀가 그토록 꿈꾸던 남자. 둘은 이후로도 지구인에 대한 몇 가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았고, 텔레스가 먼저 잠들었다.


 스텔라는 잠든 텔레스를 감상한다. 어쩜 이렇게도 그녀가 원하는 외모인 건지, 신이 그녀의 이상형을 직접 조합해서 보내주신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스텔라는 텔레스와 처음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그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직감했었다.




 모든 시작은 꿈과 같다. 스텔라는 텔레스와 함께하는 시간 내내에도 그를 그리워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된 걸까? 처음에는 물론 외모 때문에 끌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텔레스는 너무나도 선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었다. 선한 사람들의 빛은 감추래야 감춰지지가 않는다. 특히나 긴박한 상황에 치닫을수록 더더욱 잘 드러난다.


 스텔라가 텔레스에게 빠지게 만들었던 상황들은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특히 운전하는 그의 모습은 그녀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같이 차를 차고 이동을 하는 도중, 사람이 많고 차도가 복잡했던 길을 지나가던 길이었다. 밤이고 어둡기까지 해서 도로 전체가 정신이 없는 와중에 한 남녀가 그들의 차 앞을 막고 비켜줄 생각이 없는 것이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클랙슨을 울려서 그들에게 주의를 주거나 창문을 열어서 비켜달라고 하는 정도가 일반적이지 않나. 하지만 텔레스는 창문을 열어 말해도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 결코 클랙슨을 울리지 못했다. 그러고는 차에서 갑자기 내려 아주 공손한 태도로 그들에게 길을 비켜달라고 요청했다.

 

 스텔라는 그런 그의 행동에 거의 경이로운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착하고 젠틀한 사람이라도 운전을 하다 보면 화를 내거나 욕을 하거나하기 마련 아닌가. 그런데 클랙슨조차 울리기 미안해서 친히 그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하다니! 텔레스는 자신은 클랙슨 자체를 잘 누르지 못한다고 머쓱하게 말했고, 스텔라는 다시는 이런 남자를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그와 지구를 떠나는 상상을 했다.




 많은 지구인 친구를 만들고 싶어 했던 스텔라와 친구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하는 텔레스는 데이트의 대부분을 지인들과 함께했다. 그들의 지인들도 다 같이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는 부류의 사람들이라 그들은 어느 곳을 가든 항상 웃으며 즐겼다. 스텔라는 단 한 번도 지구인 남자 친구의 지인들과 이렇게 자주 만난 적이 없었다. 지구에서의 데이트는 보통 단 둘만의 영역이었다. 스텔라는 지구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기를 원했기에 텔레스와의 만남이 더욱 뜻깊다고 생각했다.


“나 살을 좀 뺄까? 요즘 살이 찐 것 같아.”

“아냐! 지구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우리 5년 뒤에 떠나려면 맛있는 거 많이 먹어둬야지.”

“내가 사는 행성은 여기보다 유토피아야.”

“정말?”

“응. 그곳엔 돈도 없고 경쟁도 빈부격차도 가난도 굶주림도 전쟁도 없어.”

 5년 뒤에 지구를 떠나자는 말을 상기시켜주는 텔레스를 보며 기분이 좋아진 스텔라는 자신의 행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엥?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상상이 잘 안 되네.”

“음.. 나는 돈이라는 개념을 지구에 와서 처음 알았어. 내가 사는 행성에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그냥 얻을 수 있거든.”

“우와! 그럼 정말 유토피아 맞네!”

“응. 지구 사람들이 말하는 유토피아는 맞지. 조금 다른 부류의 문제들은 있지만..”

“어떤 문제?”

“그건 천천히 말해줄게.”

“응.”

 스텔라는 자신의 행성에서의 삶을 잠시 곱씹으며 허공을 바라본다. 텔레스는 그런 스텔라의 눈동자를 멍하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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