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기 전의 나를 그려봅니다. 당신을 떠나보낸 지금의 나보다는 조금은 더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을 알게 되고 당신과 함께하고 당신을 떠나보낸 후 나는 좀 더 무거운 표정을 지닌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좀 더 당신이 등장하는 꿈에 뒤척여야 하나 봅니다. 함께일 때는 보고 싶어도 자주 나타나주지 않던 꿈속의 당신을 이제 와서 아주 자주 마주하는 것이 그리 달갑지는 않습니다. 나는 꿈속에서 당신 덕분에 행복해하기도 하고 당신 때문에 슬프고 비참해하기도 합니다. 이제는 그만 나와줬으면 싶다가도 막상 당신과 관련 없는 꿈에서 깨어나면 벌써 당신을 잊었는가 싶기도 하더군요.
당신을 기억에서 완전히 지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차라리 그 편이 더 나을 것도 같아요. 물론 좋은 추억을 많이 공유했지만, 끝이 좋지 않은 이별이 아물기에는 아직 상처가 너무 깊은 것 같습니다. 끝이 마냥 좋기만 할 이별이 어디 있겠냐만은 당신과의 이별은 너무 숨이 막혔습니다. 내뱉어지지 않는 마음들과 애써 뱉어내어도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 말들이 이미 나를 정리해 버린 당신의 차가운 온도에 닿아 생을 다하고 말 때에는 그저 멀어져 가는 당신을 눈으로 좇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마 더 이상 발을 떼지 못하는 그때의 나를 안아주고만 싶습니다. 아직도 발걸음은 그때로부터 더 나아가고 있지 못하나 봅니다. 그렇기에 당신과의 기억을 전부 잊고 싶은 거겠죠.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사람이라면 차라리 좀 더 일찍 헤어지는 것이 나뿐만 아니라 서로에게도 옳은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도 되는 사랑과 하지 말았어야 할 사랑을 구분해서 사랑하는 힘이 제게는 부족한가 봅니다. 저의 욕심으로 당신과의 관계를 지지부진하게도 이어왔는지도 모릅니다. 끊어야 함을 앎에도 끊지 못하는 저를 위해 당신이 악역을 자처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떠나야 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결코 당신을 먼저 떠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제가 당신에게 더 미안한 마음입니다. 먼저 떠나는 사람의 마음은 항상 남겨진 사람의 마음보다 더 무겁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남겨진 사람이었으나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을 남겨두지 않고 기어코 전했답니다. 당신은 떠난 사람이었으나 남겨두어서는 안 될 여러 마음들을 혼자 떠안고 간 것이겠지요.
시간이 지나 우리를 생각한다면 내가 당신을 정말 많이 아끼고 좋아했다고 생각해주었으면 합니다. 나는 당신을 정말 많이 좋아했습니다. 그 마음만으로 당신이 내 곁에 남을 수 없다는 것은 꽤나 슬픈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나도 아는 바입니다. 당신이 나를 떠나간 이유를 곱씹으며 나 스스로를 괴롭히는 시간들이 늘어감이 슬플 뿐입니다. 나는 당신이 떠난 자리에서 나 자신의 어깨를 쥐어 흔들며 허망한 이유를 되짚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인 양 잊어버리고 또 잃어버리고 싶은 건지도요.
다른 사랑이 생긴다면 분명히 이 치기 어린 마음들은 또 다른 사랑으로 덮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나의 마지막 사랑인 것은 아닐 테니까요. 하지만 당신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만큼 다시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꽤나 노력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이제는 내 꿈에서 나가주었으면 합니다. 내가 내 스스로의 어깨를 쥐어 흔드는 순간들이 없어졌으면 합니다. 가장 소중한 나를 전처럼 더욱더 사랑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합니다. 좋은 기억들과 슬픈 기억들 모두 과거에 묻어두고, 잊히지는 않더라도 새로운 좋은 것들로 덮고 싶습니다. 오늘 밤에도, 내일 밤에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더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나를 떠난 당신의 행복을 빌어주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이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