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처음입니다. 당신과 다시 처음이 되었습니다. 먼저 떠난 당신이 다시 돌아와 주었으니 나는 당신과 다시 함께일 수밖에요. 기다렸던 순간이 막상 다가오니 생각보다 기쁜 마음만 들지 않는다는 건 제게 사치일 수 있겠죠. 어쩐지 왠지 눈물이 나요. 기다렸던 당신이고 여전히 사랑하는 당신이지만, 전처럼 사무치게 마음을 다할 수 있을지 두려워하는 제 자신이 참 작아 보입니다. 상처가 꽤나 컸나 봅니다. 당신을 잊으려고도 잊을 수 없었던 날들이 나의 내면 어딘가에 깊이도 박혔나 봅니다. 다시 사랑을 말하려는 당신에게 두려운 마음으로 나 또한 다시 사랑을 말하고자 합니다. 저는 울고 있습니다.
다시, 또 처음입니다. 당신과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어요. 당신을 놓아버릴 수 있을 줄 알고 혼자 도망쳤던 순간으로 다시 돌아온 기분입니다. 도망쳤던 길만큼 혼자 수천번 당신을 곱씹으며 되돌아온 길, 당신이 알아주길 바라는 건 사치겠지요. 조심스러운 마음이 크지만 그보다 더 큰 건 다시일지라도, 처음일지라도, 함께이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멀리 돌아온 만큼 당신이 겪었을 아픔들을 보듬어가는 시간들이 필요하겠죠. 전과 같이 나를 사랑해 달라 떼를 쓰지는 않겠습니다. 그저 조금 더 천천히, 당신과 다시, 다시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나는 여전히 당신에게서 도망칠 수 없는 사람인가 봅니다. 나는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