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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May 04. 2024

나는 당신 앞에서 오늘도 웃었다

 나는 나에게 미안해야 한다. 나 스스로를 사랑하기보다는 당신과 함께하는 나를 사랑했으니, 당신을 사랑했으니. 당신에 대한 나의 감정이 널을 뛸수록 나 자신에게 미안해진다.


 당신에게도 미안하다. 언젠가는, 그리고 꽤 자주, 당신과 내가 한 몸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혹은 당신과 내가 그냥 한 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 생각부터 나를 잃어가며 당신을 사랑하고 있던 거겠지. 우리의 경계를 잃고 싶었던 만큼 당신에게 물들어간 거겠지. 나 자신을 잊고 싶은 거겠지.


 그렇게 좋아하는 와인이 마시고 싶지 않다. 오늘은 모든 걸 행복하고 희미하게 뭉개고 싶지 않다. 와인 한 병쯤 마시면 모든 감정이 즐거움으로 덮일 것 같아서 정말 그러고 싶지가 않다. 당신을 만나겠다고 뛰쳐나갈 것 같아서 그러고 싶지가 않다. 당신과도 덜 취해야겠다. 당신 앞에서 나의 너무 많은 것을 내보인 것 같다. 희미해져 가는 기억 속에 나를 당신에게 무게 지웠다.


 잔 파도에 세상이 무너질 것을 걱정하는 내가 안쓰럽다. 바다에는 매일 파도가 친다. 거의 일정한 정도의 파고가 조금이라도 평소와 다를라치면 나는 손톱을 깨물기 시작한다. 손톱을 깨물어 예쁜 손톱을 망칠까 봐 젤네일을 했다. 몇 달간 꾸준히 관리한 덕택에 이젠 손톱이 꽤나 길다. 젤네일을 하면 손톱을 제대로 깨물 수도 없다. 파고가 높아질 때마다 젤네일을 한 손톱을 우지끈 씹어본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금이 가 손톱 안은 이미 갈라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당신 앞에서 오늘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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