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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May 04. 2024

달음박질을 쳐도 돌아간 곳이 결국 당신이었을 때

나, 당신을 너무 사랑하여 당신과 헤어지려 한다.

당신을 향한 마음이 너무나 넓고 깊어져 나를 해치고 당신까지 해치려 한다.

멀리서 당신의 안부를 빌어주고 나 혼자의 삶을 다시 챙기는 것이 우리의 안녕이라면 당신과 안녕해야겠다.


스케치북을 부욱 찢어버리듯 슬픔이 한 번에 떨어져 나갈 수만 있다면 당신을 옆에 두고 싶은데.

떨어져 나간 슬픔의 종잇장이 분신하여 이 세상에서 없어져준다면 당신 곁에서 당신을 사랑할 텐데.

그저 행복할 수만 있다면 아니, 적어도 항상 평온할 수만 있다면 당신을 사랑한다며 매일 시를 써 줄텐데.

당신의 어떤 말도 나의 못된 사랑으로 왜곡하여 듣지 않을 수만 있다면 넓은 마음으로 당신의 모든 것을 들어줄 텐데.

내 한 마디, 한 마디가 당신이 바라보는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두려워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당신에게 나의 모든 사랑들을 말할 텐데.

오늘도 나의 서툴고 데일 것 같은 날 것의 마음들이 당신에게 피해를 끼친 것만 같다.


당신을 사랑하면 할수록 당신과의 이별을 더더욱 생각하게 된다.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이별의 두려움에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악몽이 잠잠해질 때쯤엔 당신이 없는 내 세상을 상상할 수가 없어서 숨이 가빠왔다.

숨을 겨우 고를 수 있었을 때는 당신에게 말할 수 없는 말들을 겨우 참느라 입을 틀어막았다.

날 것의 마음들을 어느 정도 가다듬어 당신에게 조금씩 전할 수 있을 때는 당신과 떨어지고 싶지가 않아 혼자인 시간을 헤매었다.

혼자의 시간에 어느 정도 길을 찾을 수 있었을 때는 그 길 가운데 불쑥 찾아온 당신의 연락에 한달음에 당신에게로 달려가곤 했다.

그렇게 당신과의 만남이 잦아졌을 때는 당신의 모든 시간에 나를 맞추어 끼워 넣어 당신과 함께일 수 있었다.

그렇게 내 시간이 없어져갈 때는 내 방에는 사람냄새가 없어져갔다.

내 몸에 당신의 빨래 냄새가 항상 남아있었을 때는 나는 당신에게서 멀어지려 안간힘을 썼다.

달음박질을 쳐도 돌아간 곳이 결국 당신이었을 때, 나는 혼자서 당신과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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