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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Jul 05. 2024

지난 사랑에게

Feb. 2024

 다른 누군가를 당신을 사랑했던 것만큼 다시 사랑할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당신을 알게 된 이후로는 당신 외의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크게 동했던 적이 없으니 앞으로는 그럴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고도. 하지만 나는 지금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


 당신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 사이의 좋은 추억들만 좋게 간직하고 모든 후회나 미련들은 서서히 라도 완전히 털어냈으면 한다. 나는 꽤 오랜 시간에 걸쳐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고 이제는 정말 그렇게 된 것 같다.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했었지만 우리의 관계는 거기까지였다. 앞으로의 삶에 사랑으로서 당신을 다시 마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사랑했던 사람, 그 정도이다.


 나를 다시 만나면 당신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던 당신의 생각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나일뿐, 당신의 삶에 조금 위안이 될지언정 당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줄 수는 없는 사람이다. 난 온전히 바르게 서 있는 두 사람이 건강하게 서로를 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만남을 하고 싶다. 당신을 아프게 한 것 같아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지만 그 마음만으로 관계를 이어갈 수는 없다. 멀리서 당신이 아프지 않고 회복되기를, 더 나아가 행복할 수 있기를, 당신에게 맞는 좋은 사람과 더 좋은 사랑을 하기를 바랄 뿐이다.


 아마도 내가 이렇게 당신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오랜 시간 동안 혼자서 아주 많이 힘들어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당신에게도 혼자서 마음을 정리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모든 감정들을 털어내게 될 순간이 다가올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말해 본 적이 없다. 사랑한다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함께인 것이 맞다고 생각했으니까. 당신과의 끝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해 본 적 없지만 우리의 관계가 당신에게 상처를 남기고 끝나게 되었다면 미안한 마음이다. 내가 우리의 관계에서 어떤 상처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말들은 이젠 무의미한 것 같다. 그저 나에게 있었던 회복의 순간들이 당신에게도 반복되어 지금 내가 그런 것처럼 당신도 다음의 사랑으로 건강히 건너가기를 바랄 뿐.


 행복했으면 좋겠다. 당신과의 만남이 내게 좋은 기억이었던 것처럼 언젠가 희미한 기억에 당신이 나를 떠올릴 때면 좋았던 사람이라고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건강히,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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