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플랫폼을 들락거리다 '다능인'이라는 단어를 보게 되었다. 하나의 재능만 가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것들을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요즘 말이라고 한다. 예전엔 한우물을 쭉 파는 것이 정석이라 여겨졌고 그래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내 주변에도 그렇게 한우물을 쭉 판 사람들이 실제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100세 수명을 바라보는 시대. 평생 한 가지 직업만으로 살기엔 그 시간이 너무 길다. 그리고 부캐라는 이름으로 부업과 덕업이 활개 치는 세상이다. 세상은 넓고 이것저것 잘하는 사람은 참 많다.
나는 이것저것 조금씩은 하는데 정말 뭘 잘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음악도 좀 했고 영어도 좀 하고 글도 좀 쓰고 가르치는 것도 좀 했고 공부도 좀 하고... 이렇게 쫌 한다. 여러 개를. 그중 내가 무엇을 제일 좋아하는지 꼽기도 어렵다. 나름 다 재밌다. 하지만 이래선 성공하기 힘들거라 여겼다.
그런데 요즘엔 다능인이 대세란다. 어차피 한 가지 직업만 가지고 살게 아니라면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하면 된다는 거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수익 창출과 연결해서 하나의 직업이 벌어다 주는 수익보다 더 벌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도 더 즐거운 인생이 될 것도 같다.
꼭 꿈이 하나일 필요는 없지 않나요?
영어에선 취미 삼아 이것저것 손 대보는 것을 Dabble이라고 한다. 진지하게 하는 것이 아닌 그냥 이것저것 집적거리는 뉘앙스가 강하다. 이렇게 Dabbling 하던 것으로 정말 돈을 벌 수 있을까?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겠다며 일찍 다능인으로 먹고살 길을 찾은 사람들이 그 방법을 강연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생각해보면 그들은 이런 개념을 먼저 떠올렸다는 이유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만 봐도 그 강연 광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수익이 나올지 예측이 안 될 만큼 사회가 급속도로 복잡해지고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광고를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 열심히 생각해 봤다. '블로그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 수익이 날 수 있는 블로그를 하나 더 시작해볼까. 아니면 전자책도 요즘 유망하다던데 그쪽도 좀 알아봐야겠다. 유튜브는 평소에 잘 보지도 않는데 그래도 유튜브가 대세라니 나도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권은 읽고 있는 책으로 영상을 하나 만들어볼까'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이 것들을 다 하겠다고 들면 회사에 다닐 때 보다 더 빠듯한 삶이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출퇴근만 안 할 뿐이지 어쩌면 사무실에 앉아있을 때 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해야만 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회사에 다닐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런 일들은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어야만 수익이 될 가망성이 높으니 직장인의 삶보다는 좀 더 즐겁게 살 수 있을 듯하다.
이처럼 꿈이 하나일 필요가 없다는 말은 목표도 하나일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요즘 목표를 세우겠다며 밤낮으로 머리를 싸맨 내게 '꼭 그럴 필요 없는데?'라고 누군가 쿨하게 어깨를 치며 웃는 것 만 같다. 아마도 회사에 몸이 매이지 않은 채로 먹고살 길이 해결이 된다면 그때는 자유롭게 내 마음 저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진짜 꿈을 거리낌 없이 펼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사람들을 자꾸만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만드는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삶의 목표가 '건물주 되기'와 같은 무미건조한 것에서 벗어나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인생을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 것'과 같은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정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아직은 난 이 다양하고 복잡다단해지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이 세상에 적응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 그저 내가 배운 대로, 하던 대로 예전의 구닥다리 세상에 머리가 끼여 빠져나오질 못 하고 있다. 취업사이트를 들락거리며 그렇게 진저리 치던 9 to 6 사무직 생활을 또 하겠다고 덤비는 날 보며 이 사회적, 심리적 과도기를 어떻게 잘 넘기고 지금의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 중이다.
책 [부의 추월차선]에서 "삶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파악하고 방향성을 고려하면 인생이 바뀔 수 있다."라고 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갑자기 주어진 이 휴식의 시간은 내 삶의 방향성을 수정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될 수도, 아니면 조급함에 동동거리며 이전에 하던 패턴을 답습하며 허비할 수 도 있겠다 라는 자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번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내 인생의 방향을 내가 원하는 쪽으로 틀 수 있을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