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건 나의 시간이었다.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by 지오바니

조심스럽게 내 옆에 다가온 아이가 쭈삣대며 눈을 깜박거린다.

"왜? 엄마한테 무슨 할 얘기 있어?"

"엄마~ 우리 반에 철수(아이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가명을 썼다!)라는 애가 있거든. 걔가 만우절날 나한테 고백했어. 날 좋아한데" 그러면서 그 예쁜 눈이 반달이 되도록 웃는다.

학교를 가기 시작하면서 종종 아이 입에 오르내리던 이름인데 그 말을 듣자 이 작은 아이들의 설렘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났다.

"만우절이니까 거짓말이라며 나중에 놀린 건 아니고?"

"아니 거짓말이라곤 안 했어."

"그래서 너도 그 아이가 좋아?"

"아니 모르겠어 싫지도 않고 좋지도 않아..."

부끄러운지 몸을 배배 꼬며 배시시 웃는 아이를 보니 아이가 어느덧 이렇게 컸나. 좋은 맘 반, 너무 빨리 크는 아가 아까워 아쉬움 반 복잡한 심경이다.


이제는 너무 커버려서 무릎에 눕혀 안으려니 품 안에 잘 들어오지도 않지만 틈이 날 때마다 아이를 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준다. 더 크면 얼굴 보기도 어려워질 테니 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을 듬뿍 주는 중이다.


아이와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낸지도 3개월이 지나고 있다. 내가 집에 있으니 좋냐는 물음에 아이는 감춰두었던 속마음을 끄집어 내보인다.

"엄마가 1년 쉰다고 했을 때 엄청 놀랐는데 사실 속으로는 완전 좋아서 날뛰고 있었어. 엄마가 계속 나랑 같이 있으니까 너무 좋아!"

아이의 뜻밖의 고백에 마음이 뭇하다.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중 가장 좋은 선물은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뿐이었다. 그걸 다른 것으로 채우려고 온갖 걸 다 하려다 보니 버겁고 자꾸만 엇나갔던 거였나 보다. 그저 이렇게 내 시간을 아이에게 내어 주면 되는 거였다.


아이는 요즘 밤마다 할머니 옆에서 잠을 잔다. 나 대신 지난 10년을 아이 옆에 있어주었던 할머니는 아이에겐 사실 엄마나 마찬가지다. 머니와 평생 함께 살 수는 없다는 걸 알아버린 아이는 그 시간이 오기 전에 할머니와 더 시간을 보내겠다며 할머니 옆에 꼭 붙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아이가 크면 당연히 다시 분가를 하려고 생각했던 내게 아이의 요즘 모습은 그 결정을 주저하게 만든다. 아이에게 엄마와 떨어지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


그리고 10년을 키운 손녀와 떨어질 할머니의 애처로운 마음이 자꾸만 나를 울린다. 이미 내 동생의 아이들을 키워 그 아이들이 학교 들어갈 때쯤 머나먼 타국으로 이민을 보낸 엄마는 이미 마음에 한 번 생채기가 나 있다. 그런 엄마에게 또 한 번 이런 시련을 겪게 한다는 것이 자꾸 내 목을 매이게 만든다.

그래도 언제까지 다 큰 자식과 손녀 뒤치다꺼리를 하며 사시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이젠 엄마 아빠 두 분이서 편히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놓아드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나 대신 아이의 보호자이자 할머니이자, 때론 친구였고 나보다 더 좋은 엄마였던 우리 엄마에게 정말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