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 : 죽음
안녕하세요 김승민입니다
아버지가 떠난 후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로 써보고 있습니다
우발적인 개업
아버지가 암투병을 하고 계셨을 때
저는 경력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암은 점차 심해졌고
대단한 효자는 아니라도
더 자주 병원을 가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은
제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개업의 길로 저를 안내하였습니다
그렇게 우발적인 개업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목적지 : 죽음
저는 자동차에 관한 잡지, 도서, 광고 영상을 좋아합니다
아우디사의 TT라는 자동차의 3세대 모델이 나왔을 때
<목적지 : 지구>라는 콘셉트의 광고가 있었습니다
우주에서 아우디 TT 자동차가 떨어지는데
계기판의 내비게이션 화면에서
목적지가 지구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굉장히 멋진 광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개업한 지 몇 달이 되지 않아
아버지는 결국 암을 이겨내지 못하셨습니다
눈물과
덜컹 내려앉은 심장과
마지막으로 어루만진 손으로
깨달았습니다
세상을 맞이한 모든 생명체의
최종 목적지는 죽음이구나...
는 세상의 당연한 진리를 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가기 때문에
광고 속 아우디 TT 자동차를 사람에 비유하고
내비게이션 속 목적지가 Earth가 아닌 Death라면
이 광고 영상은 우리 인생과 참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참고] 아우디 TT 광고 영상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SpdYJGaKCdg
뜻하지 않았던 우회로에서 느낀 행복
보통 우회로는
목적지로 가려던 길이
공사 중이거나 막혀있어서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길입니다
우리의 목적지가
무엇이 되거나 무엇을 갖는 것이라면
빠른 길과 우회로는 분명 정해져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빠른 직선 길로 무엇이 될 것이고
누군가는 느린 우회로로 무엇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누군가는 그 무엇이 되지도 못한 채
영영 우회로에서 머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지가 죽음이라 생각해보면
빠른 길과 우회로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저마다의 길이니까요
제가 운전미숙으로 부암동 길을 돌아가며 느낀 행복처럼
마진콜 영화 속 인물이
'어떤 누군가는 빠른 길을 택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아버지의 죽음이 생각지 못한 개업의 길을 이끌어 준 것처럼
우리는 때로 뜻한 길보다 뜻하지 않았던 길에서
또 다른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Detour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