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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민 회계사 Oct 26. 2020

다음 생은 없다

파마가 가져다준 행운

안녕하세요 김승민입니다

아버지가 떠난 후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로 써보고 있습니다




환생은 믿지 않습니다

죽는 꿈을 참 많이도 꾸었습니다


중세시대에서는

단두대가 내려오고

장대에 몸이 묶여 아래를 보니 지푸라기에 불이 붙고 있고...


현대시대에서는

미사일이 쏟아지고, 부비트랩에 몸이 끼이고...


심지어 

피노키오로 태어나 불에 타고 있고(코가 길어져야 하는데;;)

핑크퐁 아기 상어에게조차 잡아 먹혔습니다

유튜브에서 귀엽게 나오지만

아기 상어도 상어네요...


그래서 

환생을 믿지 않습니다

환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환생을 했는데

꿈속의 장면이 현실이 될까 봐

환생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생은 유한하다

환생은 무서웠지만

정작 죽음은 무섭지 않았습니다

일단 죽고 나서야

환생을 하니 마니 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돌이켜보니

죽음이 무섭지 않았다기보단

나는 당분간은 죽지 않을 거라는 

당연한 확신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삶에 대해서 담담하게 쓴 책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서점에서 제목에 끌려 구매한

사노 요코 작가의 책 <죽는 게 뭐라고>에서

아래 문장을 만났습니다


살아 있으면 그만 잊어버리고 만다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저도 그랬습니다

유한한 인생을 살고 있는데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데

그 사실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죽음을 잊고 살아가다가

아버지의 죽음을 만났습니다

영원히 내 곁에 있으실 것 같았던 

그를 떠나보내며


모든 것엔 끝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것을

추운 겨울

화장 후에 담긴 뜨거운 유골함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파마... 별 것 아니네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에

태어나 처음으로 파마를 해봤습니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

뭐가 무서워서 이런 것도 안 해보고 살았나 싶고

이제라도 해보니까

인생이 조금 더 재밌기도 했습니다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인생의 끝에 가봐야 알겠지만

우리의 삶은 유한하고, 오직 단 한 번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고 감동받은 문장들

거리를 지나며 마주치는 광경들

누군가와 함께하며 떠오르는 생각들


그런 삶의 소소한 것들을 

기록하고 연결해보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메모는

우연히 보게 된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광고 문구입니다


시도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삶보다
더 큰 가치가 있습니다
빨리 시작하십시오
우리의 시간은 여지없이 흘러만 갑니다


파마라도 해 보는

소소한 시도들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다음 생보다

확실하게 존재하는 지금의 생을 

더 소중히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 광고를 보고 오토바이를 구매할 순 없었지만, 너무나 좋은 문장 같습니다(죄송합니다 마케팅 담당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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