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가 가져다준 행운
안녕하세요 김승민입니다
아버지가 떠난 후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로 써보고 있습니다
환생은 믿지 않습니다
죽는 꿈을 참 많이도 꾸었습니다
중세시대에서는
단두대가 내려오고
장대에 몸이 묶여 아래를 보니 지푸라기에 불이 붙고 있고...
현대시대에서는
미사일이 쏟아지고, 부비트랩에 몸이 끼이고...
심지어
피노키오로 태어나 불에 타고 있고(코가 길어져야 하는데;;)
핑크퐁 아기 상어에게조차 잡아 먹혔습니다
유튜브에서 귀엽게 나오지만
아기 상어도 상어네요...
그래서
환생을 믿지 않습니다
환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환생을 했는데
꿈속의 장면이 현실이 될까 봐
환생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생은 유한하다
환생은 무서웠지만
정작 죽음은 무섭지 않았습니다
일단 죽고 나서야
환생을 하니 마니 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돌이켜보니
죽음이 무섭지 않았다기보단
나는 당분간은 죽지 않을 거라는
당연한 확신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서점에서 제목에 끌려 구매한
사노 요코 작가의 책 <죽는 게 뭐라고>에서
아래 문장을 만났습니다
살아 있으면 그만 잊어버리고 만다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저도 그랬습니다
유한한 인생을 살고 있는데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데
그 사실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죽음을 잊고 살아가다가
아버지의 죽음을 만났습니다
영원히 내 곁에 있으실 것 같았던
그를 떠나보내며
모든 것엔 끝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것을
추운 겨울
화장 후에 담긴 뜨거운 유골함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파마... 별 것 아니네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에
태어나 처음으로 파마를 해봤습니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
뭐가 무서워서 이런 것도 안 해보고 살았나 싶고
이제라도 해보니까
인생이 조금 더 재밌기도 했습니다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인생의 끝에 가봐야 알겠지만
우리의 삶은 유한하고, 오직 단 한 번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고 감동받은 문장들
거리를 지나며 마주치는 광경들
누군가와 함께하며 떠오르는 생각들
그런 삶의 소소한 것들을
기록하고 연결해보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메모는
우연히 보게 된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광고 문구입니다
시도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삶보다
더 큰 가치가 있습니다
빨리 시작하십시오
우리의 시간은 여지없이 흘러만 갑니다
파마라도 해 보는
소소한 시도들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다음 생보다
확실하게 존재하는 지금의 생을
더 소중히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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