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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민 회계사 Oct 20. 2020

Detour(상)

돌아가도 괜찮아

안녕하세요 김승민입니다

아버지가 떠난 후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로 써보고 있습니다




Detour의 뜻

Detour라는 영어단어를 

사전에서 살펴보면

'우회하다', '빙 둘러가다' 등으로 설명합니다


~에서 벗어난, 분리되는의 의미인 de와

목적지가 정해진 여행을 하다는 뜻인 tour가 만나

정해진 목적지에서 벗어나거나

목적지를 곧바로 가지 않고 멀리 돌아서 가는 것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뜬금없이 영어 단어를 이야기한 것은

나이가 들면서 detour라는 단어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잘못 들어선 길에서

고객과 미팅을 마치고

광화문 뒷골목에서 여의도로 운전한 날이 기억납니다

원래 아는 길은 

골목길을 벗어나 마포를 경유하는 큰 도로로 진입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르지 못해

거의 가본 적 없었던 청와대, 부암동 등 뒷길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날은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 날이었습니다

'일도 안되는데 운전도 제대로 못하네' 


하며 자책하며 가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아름답게 굽이진 도로와 

낮고 멋진 돌담들

청명한 가을 하늘과

울긋불긋한 낙엽들...

사무실에서 가끔 꿈꾸던 완벽한 가을날의 길이었습니다


길을 잘 못 찾은 우연으로

목표했던 큰길이 아닌 굽이지고 느린 골목길로 돌아왔지만

큰길에서는 느낄 수 없었을 것 같은 잠시의 행복을

오히려 빙 돌아간 골목길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 마진콜에서

오래간만에 영화 이야기를 합니다

영화 마진콜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를 비롯한 미국 금융위기 사태를 다룬 영화입니다


일단 이 영화에는 

다른 영화에서 많이 봤던 대단한 배우들이 

월스트리트를 상징하는 정장 차림으로 등장합니다


유주얼 서스펙트, LA 컨피덴셜에서부터 최근 베이비 드라이버 등 다양한 영화에서 멋진 연기력과 눈빛, 저음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케빈 스페이시(샘 로저스 역)

다이하드 3에서의 악당이었던 제레미 아이언스(존 털드 역)

지 아이 제인 등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데미 무어(사라 로버트 역)

마블 어벤저스 등에서 비전 역을 맡은 폴 베타니(윌 에머슨 역)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스탠리 투치(에릭 데일 역)

역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호주 출신의 매력적인 배우 사이먼 베이커(자레드 코헨 역)

스타트렉에서 스팍 역을 맡은 재커리 퀸토(피터 설리번 역)


영화의 후반부에서

서브프라임 등 2008년 금융위기의 전초가 된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처음 발견하였으나 

회사가 이미 해고한 에릭 데일을 다시 찾는 과정에서

윌 에머슨과 나누는 장면이 있습니다


에릭 데일은 윌 에머슨에게

금융계로 오기 전 공학자로서 다리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는 그때 건설된 다리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인 동선으로

출퇴근에 차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줄였다고 하며

다리의 건설이 실질적인 가치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자신이 몸담은 금융계는 그렇지 않았다는 뉘앙스_개인적인 해석)


그를 다시 회사로 데려와야 하는 윌 에머슨은

금융계의 가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고 하며

에릭 데일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누가 알아요?
어떤 이들은 (효율적인 다리를 이용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는 먼 길을 택할지요
Who the fuck knows?
Some people like driving the long way home 


윌 에머슨의 말에 감명을 받았는지

이 일의 희생양이 되면 받을 수 있는 거액의 돈 때문인 지는 모르겠지만(물론 후자겠지요)

결국 에릭 데일은 다시 회사로 돌아옵니다 


당신 생각과 달리 다리를 이용하지 않고 일부러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죠!(윌 에머슨)
그.. 그런가?(수긍하는 에릭 데일?)


영화 전체에서는 그리 중요한 장면이 아닐 수도 있지만

부암동 뒷길에서의 행복을 알게 된 이후로는 

이 장면은 저에게 참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래 인생...

우회할 수도 있지... 돌아갈 수도 있지..다를 수 있지...

돌이켜보면 우회로가 더 좋았을지 누가 알겠어!


Detour에 대한 남은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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