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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민 회계사 Oct 20. 2021

꿈 탑니다~

두 번째 인생의 시작

즐거운 운전, 즐거운 인생

달려가다

때론 멈춰 서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 하며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혼자되어

라디오 속 노래에 흥얼거리기도 하는... 

그렇게 계속되는 도로를 나아가는 것


운전이라는 건

이처럼

때론 우리의 인생 같다


가끔 떠올려 본다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는 순간의 나를

 

"내 삶이 미리 끝나는 기분이겠지?"

어쩔 도리가 없는 인간의 유한함은

혼자만의 상상만으로도 내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그래서...

지금 여기서 즐겁게 운전하려 한다

지금 여기서 즐겁게 인생을 살아가려 한다


뒤돌아보면

지금 이 순간이

분명 그리워질 것이기에


국도로 접어들며

국내 대형 회계법인 중 한 곳에서

약 10년 정도 근무했었다


운전에 비유해 보면

그땐 먼 목적지에 닿기 위해

'쭉 뻗은 고속도로'에 있었던 시절이었겠지


추월차선인 1차선에서

쌩쌩 지나가는 자동차는 아니었지만

2차선 혹은 3차선에서

다른 자동차와 함께 속도를 맞춰 달려왔던 삶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마치 '두 번째 인생'을 선물 받은 것처럼

내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이제는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내 인생의 핸들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봐도 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에 용기를 내어

개업을 했고, 책을 썼고

지금 이 글도 쓰고 있다


내 인생은 이제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벗어나

굽이진 국도에 접어들고 있다


경로를 벗어난 내비게이션에게

다시 입력해 줄 목적지는 아직 없지만

이제야 조금씩 나만의 길이 보인다


목적지를 찾는 과정에서

나는 우리 인생에 일어나는 많은 일이

결국 우리를 위해서 일어난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지난 고속도로 위의 삶에도 감사한다


고속도로에서 규정을 잘 지켰고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달렸던 시간 덕분에

나는 지금 햇살이 비추어오는 국도를 달리고 있다 


꿈을 탄다

"생계 목적도 아닌데

30대 후반에 왜 수동 운전을 배우세요?

저도 오랜만에 가르쳐보네요."


수동 운전 도로연수를 신청하고

내게 배정된 운전 선생님과의 첫 만남에서

그가 내게 건넨 말이다


그때는 대답하지 못했다

"수동변속기 자동차로 유럽 일주가 꿈입니다"를

막상 입으로 말하려니 좀 부끄럽기도 했고


그런데 출장지의 숙소에서

재방송으로 다시 만난 <SNL 코리아> 프로그램에서

그 대답을 찾았다


내가 봤던 시즌 6에서는 

당시 인기 프로그램 <삼시세끼>를 패러디한

<도시세끼>라는 코너가 있다


그 코너에서 개그맨 김준현 님은

'달관청년'이라는 콘셉트로

저렴한 재료로 기가 막힌 요리를 만드는

(일부는 좀 드러운^^)

자취생을 연기한다


그중 내가 본 에피소드는

날씨 좋은 어느 봄날 커피를 타는 장면이다

달관청년은 카페에서 탈취 등을 목적으로 나눠주는

검은색 가루로 커피를 탄다

(다른 음식들도 이런 식이다~)

화장실에 놓인 플라스틱 컵 속 검은 가루...
카페 가서 달래면 주는 그 가루...
(설마 했던) 그 가루로 커피를....
무려 에스프레소로....^^

여기서 나레이션으로 달관청년에게 질문한다


나레이션 : 김준현 씨 커피 타시는 거예요?

달관청년(김준현) : 봄 탑니다~

나레이션이 묻는다 : 김준현 씨, (설마 그걸로) 커피 타시는 거예요?
좌측에 흩날리는 꽃(CG)과 함께 그가 답한다 : 봄 탑니다~


7년 전에 적어놓은 작은 꿈

'수동변속 자동차로 유럽 일주하기'에서

유럽을 제외하면

나는 대한민국에서 이미 그 꿈을 타고 있다


그래서 이젠

"수동 자동차를 왜 타세요?"는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꿈 탑니다~"


- 끝 - 



Epilogue.

시답잖은 것들로 가득했던 에버노트 속 메모

메모 속에서 발견한 작은 꿈

작은 꿈을 실현시켜 준 도로 연수 선생님

그리고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N


마지막으로

나를 꿈의 길로 인도해준

그리운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죽음이 내게 준 두번째 인생

그 모든 것에 감사하며


에피소드 10이자

마지막 에피소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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