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시간
휴가! 하면은 딱 떠오르는 순간.
아빠, 엄마, 동생과 함께 하얀 봉고차를 덜덜거리며 태풍의 눈을 지나가던 날이다. 태풍이 온다는 날, 우리는 강원도로 가족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오로지 아빠의 눈으로만 목적지를 향해가던 때이다.
" 태풍의 눈을 지날 땐 비가 안 와"
비가 쏟아지는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달리다가 어느 순간 그쳤다. 하늘을 올려보니 커다란 눈이 날 쳐다보고 있다.
" 태풍의 눈이다!"
차를 길가에 세우고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회색빛이 감돌던 푸른 눈, 위협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은 우리 가족을 지켜주던 눈.
그 후 페퍼톤스의 사파리의 밤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이때를 생각했다.
“잠들지 못한 너와 나
이대로 이대로 아침이 오지 않길
먼동이 트기 전 굿바이
난 다시 아주 깊은 꿈을 꾸려해 “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해지는 고요한 길 위 서 있는 나. 아무도 없는 캄캄한 어둠 속의 나. UFO처럼 반짝이던 태풍의 눈.
무사히 강원도에 도착했다. 민박집에 들어가니 고소한 기름냄새가 난다. 주인에게 맛있는 부침개를 얻어먹었다.
스무 살 때는 친구할머니의 원주 집으로 중학동창 4명이 출발했다. 첫 지하상가나들이, 첫 피어싱, 첫 음주, 많은 처음을 같이한 우리다. 계곡에서 놀기로 하여 돗자리와 먹을거리를 들고 길을 나선다. 돗자리를 망토처럼, 머리에 단체로 쓰기도, 뻥튀기로 송곳니를 만들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며 우두득 옥수수를 와작 씹고 할머니가 부쳐주신 고소한 감자전을 먹었다. 이 순간이 오래오래 기억될 한 장면임을 그때는 알았을까? 지금은 각자 흩어져 만날 수 없지만 함께 했던 시간들은 빛바랜 일기장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남편, 아이와 셋이 보내온 시간도 올해 11년째이다. 아이와 어디 갈까, 재밌는 경험을 할까 제일 먼저 생각한다. 내 차가 생겨 운전경력도 6년 차, 무사고로 면허증도 업그레이드 됐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데로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아빠가 주말마다 말하던 "전국 어디든지~ 모시고 갑니다" , 친구들과 어디에 놀러 갈까 작당모의하던 그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