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의 고귀함을 담은 벚꽃 잎

인생의 사계절

분홍빛 벚꽃 잎이 흩날리는 것을 보며

비로소 봄이 왔음을 느낀다.

꽃잎을 따라 걷다 보니 마주하게 된

지난겨울에 보았던 어슴푸레한 공원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져있다.

꽃잎 하나 더해졌을 뿐인데,

평소 걷던 그 길이 아닌 것 같다.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설렘과

뭐든 해보고 싶은 희망이 생긴다.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건 봄이 줄수 있는

큰 선물이다.

햇빛을 받아 호수에 반짝이는 윤슬을 보며

그 빛을 놓칠세라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나를 이곳으로 불러주었던 벚꽃도 함께 담았다.

겹겹이 펼쳐진 꽃잎들도 한데 모아놓으니

아름답다.

더 예쁘고, 더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서성이다 벚나무 기둥과 눈이 마주쳤다.

'아... 너, 아프구나'

여기저기 상처가 나있고, 움푹 패어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울렁였다.

내 머리 위로 내려앉은 벚꽃잎만 보느라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애쓰고 애쓴 나무의 상처는 보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한 나무기둥을 따라 뻗은 나뭇가지 위의 벚꽃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햇빛 사이로 더  반짝인다.

바람결 따라 흔들리며 보여주는 아름다운 형태는 떨어지는 꽃잎까지도 손으로 붙잡고 싶을 만큼 화려하다.

아픈지 모르는 걸까?

아픔을 이기면서 반짝이는 걸까?

벚꽃만 보느라, 보지 못했던 벚나무의 상처가 자꾸만 떠오른다.

세상에 상처 없는 것들이 어디 있겠냐만은

오늘 내가 마주한 벚나무는

기나긴 겨울을 잘 이겨내고, 희망과 설렘을 선물해주고 있음에 고귀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