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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남샘 Feb 08. 2023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기(2)

'수용'은 '어찌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데서 출발한다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을 ‘수용’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내적 경험을 덜 아프게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수용’은 불안, 좌절, 절망과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견딜만한 감정으로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수용’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경험은 힘든 순간을 마주한 자기 자신을 위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나와 같이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힘들어하는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지금 이 순간에 떠오르는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을 ‘수용’하는 것은 지나간 것은 ‘어찌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어찌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상처를 받았더라도 성인이 된 후에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상처를 가지고도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함을 깨닫는 것과 같습니다. 속수무책으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나와 성인이 된 나를 분별하고, 억울하고 화가 나지만 삶의 변화는 지금 이 순간의 내가 책임질 수밖에 없음을 자각하는 것이 ‘어찌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을 ‘수용’하는 것과 맥을 같이합니다. 

  ‘어찌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수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이 드나요? 나를 주저앉게 하는 생각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지 않나요? 이 연민은 더 이상 ‘수용’을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과의 싸움을 ‘포기’ 하거나 그것들을 견딜만하게 하는 ‘합리화’로 여겨지지 않게 합니다. ‘수용’의 목적이 고통스러운 경험을 덜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만들어 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어찌할 수 없음’으로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을 책임지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기 때문입니다.   


* 수용-전념치료(Acceptance-Commitment Therapy): 원치 않는 생각과 감정을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생각과 감정으로 고통받고 있는 자신을 무능력하거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탓하는 것을 고통의 원인으로 여기는 심리치료적 접근. 고통스러운 순간에 자기 자신을 판단하지 않고 자비롭게 바라보는 '자기-자비'를 치료의 핵심적인 요소로 여김.


* 흰곰: '수용-전념 치료'에서 말하는 불안과 우울과 같은 불편한 생각, 감정, 감각, 그리고 기억과 같은 내적 경험들


* 참고 도서

  - 이선영. (꼭 알고 싶은) 수용-전념 치료의 모든 것. 서울: 소울메이트, 2017.

  - Hayes, Steven C.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서울: 학지사, 2010.

  - Luoma, Jason B. 수용전념치료 배우기. 서울: 학지사, 2012.

  - Wilson, Kelly G. (수용전념치료에서 내담자와 치료자를 위한) 마음챙김. 서울: 학지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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