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은 '어찌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데서 출발한다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을 ‘수용’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내적 경험을 덜 아프게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수용’은 불안, 좌절, 절망과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견딜만한 감정으로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수용’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경험은 힘든 순간을 마주한 자기 자신을 위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나와 같이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힘들어하는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지금 이 순간에 떠오르는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을 ‘수용’하는 것은 지나간 것은 ‘어찌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어찌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상처를 받았더라도 성인이 된 후에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상처를 가지고도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함을 깨닫는 것과 같습니다. 속수무책으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나와 성인이 된 나를 분별하고, 억울하고 화가 나지만 삶의 변화는 지금 이 순간의 내가 책임질 수밖에 없음을 자각하는 것이 ‘어찌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을 ‘수용’하는 것과 맥을 같이합니다.
‘어찌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수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이 드나요? 나를 주저앉게 하는 생각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지 않나요? 이 연민은 더 이상 ‘수용’을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과의 싸움을 ‘포기’ 하거나 그것들을 견딜만하게 하는 ‘합리화’로 여겨지지 않게 합니다. ‘수용’의 목적이 고통스러운 경험을 덜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만들어 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어찌할 수 없음’으로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을 책임지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기 때문입니다.
- Luoma, Jason B. 수용전념치료 배우기. 서울: 학지사, 2012.
- Wilson, Kelly G. (수용전념치료에서 내담자와 치료자를 위한) 마음챙김. 서울: 학지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