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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쏨 Dec 02. 2022

2. 좋아하는 마음

이게 정말 맞아?

좋아하는 마음

 이게 정말 맞아?


자고로 여자라면 응당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시 시도한다. 퉁퉁 부은 귀에서 조금 내려와 목과 팔목, 손가락으로 시선을 옮긴다. 하지만 목걸이나 팔찌, 반지는 대부분이 고가여서 학생 신분으로는 여러 개를 쉽게 구매할 수 없었고 제한적인 쇼핑은 좋아하는 마음을 지치게 만드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선택지를 고민하며 쇼핑을 해야 하는 현실은 서러움을 동반했으므로 생일이나 기념일등의 특별한 날에 상대가 눈치껏 사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눈치 있는 상대를 만나더라도 매일이 기념일 일 수 없으므로 그 순간은 기다림에 비해 ‘반짝!’하고 사라졌다.


유일하게 누가 선물을 해줘도 받기를 꺼려했던 반짝이의 영역에는 반지가 있다. 이 사연에는 ‘나는 결혼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는 첫 반지를 맞출 거야.’라는 어떤 개똥 같은 신념이 있었다. 오글거리는 커플 아이템도 마다하지 않으며 신발, 후드티, 가방, 시계까지 똑같이 맞춰 입고 다니면서도 이상하게 반지만큼은 결혼할 사람 하고만 하고 싶다고 철벽을 쳤으니 상대에겐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이 구역에서만큼은 참 이상한 고집이 발동되고 있었다.


왜 하필 반지였는지는 모르겠다. 억지로 그때의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자면, 내 몸에 걸쳐지는 것 중에 하나 정도는 평생을 함께할 사람과 처음으로 맞추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타투처럼 평생 내 몸에서 지우지 않아도 되는 것.

하지만 아프지 않은 것.

상대의 동의를 따로 구하지 않아도 결혼이라는 절차에 딸려오는 것.


이렇게 진지한 고민을 했을 리가 없지만 그 끝에는 반지가 남았다. 그리고 26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생에 첫 반지를 맞추게 되었다.   


심플한 링을 선호하는 요즘과 달리 라떼의 결혼반지란 ‘누가 봐도 유부녀, 유부남’ 임을 인식하는 표식의 기능을 가진. 링 가운데 좁쌀만 하더라도 다이아를 박음으로써 어느 각도에서 봐도 반짝이는 존재감을 뽐내는 반지를 말했다.


결혼반지를 보러 왔다는 말에 사장님은 우리를 2층으로 안내했다. 온통 검은색 벽지와 암막커튼으로 가려진 어두컴컴한 공간에 들어서 건네받은 검은색 상자 안에는 비슷비슷하게 둥근 링들이 가득했다. 사장님이 은밀하게 건네주신 그토록 기다려온 반지를 바라보면서 옆 방 신부와 반지가 바뀌어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이게 지금 맞는 거야?


그래도, 좋다.


‘이거 이거 이런 느낌을 기다린 게 아니었는데...’ 싶으면서도 속절없이 좋은 걸 보니 좋아하는 마음이 이런 건가 싶다. 때론 억지스러운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때론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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